“김장전문가 친정엄마가 담그는 과정 헷갈리신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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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치매학회 치매징후 리스트

김장을 혼자 하실 수 있습니까. 치매를 진단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여성 환자에게 하는 질문 중 하나다.

대한치매학회 한일우 이사장(용인효자병원 진료원장)은 “김장은 배추를 썰고, 소금으로 버무리고, 양념을 만들어서 묻히는 등 여러 과정이 들어가는 행동이다. 김장을 잘하던 어머니가 혼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면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치매학회가 13일 발표한 ‘치매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반복적이고 복잡하지 않은 행동을 혼자서 잘하지 못하는 증상을 주목해야 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치매환자 중 88%는 외출하는 데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치매환자가 집에 있어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간병하는 보호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증상이 가벼운 환자의 가족마저도 53%가 “환자 혼자 외출하기가 어렵다”고 대답한 점이다. 경증 환자도 혼자서는 옷을 입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고, 밖에 나갔다가 길을 종종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보호자는 매번 함께 외출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 때문에 치매는 초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김승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병을 일찍 발견해 일찍 치료할수록 치매 진행 속도를 더 많이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에 발견해 약물 및 행동치료를 함께 받으면 수년간은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이 가능하다.

치매를 진단하기 위한 질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소변 가리기 등 신체적 일상생활수행능력. 다른 하나는 좀 더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가늠하는 도구적 일상생활수행능력이다.

신체적 능력은 좀 더 천천히 감퇴하지만 도구적 능력은 치매 초기 단계부터 눈에 띄게 감퇴하기 시작한다. 우선 대문 비밀번호를 깜빡하거나, 열쇠를 어디다 뒀는지 매번 혼란스러워한다면 도구적 능력이 줄어든다는 신호다. 공과금을 내는 일이나 가전제품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증상이 진행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먼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도구적 일상생활수행능력 15개 항목 중 8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초기 치매증상이 시작됐을 수 있는 만큼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대한치매학회#치매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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