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Q&A]]Q:한국 노년층 자살률이 너무 높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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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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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질병-가난-고독 겹칠때 위기… 지역사회 복지서비스 늘려야

조맹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맹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Q. 흔히 한국의 자살률이 높다고 하는데 어느 연령대가 가장 많은지요.

A. 노인의 자살률이 가장 높습니다. 국내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그런데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100명 이상으로 그 2배가 넘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국내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노인의 자살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방예의지국으로 경로효친의 전통 속에 존경 받으며 살던 노인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 참으로 놀랍고도 안타깝습니다.

노인 자살과 밀접한 요인으로는 흔히 노인의 삼고(三苦)로 일컫는 질병, 가난, 고독 같은 사회적 요인과 노인 우울증 같은 보건의료적 요인이 있습니다.

임상적으로 심각한 우울증의 유병률은 8∼16%라는 보고가 있지만 약한 우울 증상을 포함한다면 실제로는 30%가 넘는 노인이 우울증 또는 우울 증상으로 고통 받습니다. 그런데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심한 편견으로 인해 많은 노인이 치료를 기피합니다. 게다가 노인은 슬픔을 잘 드러내지 않고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제때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인 자살을 획기적으로 낮추려면 개인과 국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개인 차원에서 보면 노인이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고 △식사를 하지 않으면서 △주변 정리를 하는 등의 변화를 보일 때는 자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음의 고통을 충분히 들어줘야 합니다. 귀 기울여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면 큰 힘이 됩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먼저 노인 자살과 우울증의 실상을 적극 알려야 합니다. 대대적인 홍보와 계몽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다음으로는 자살 위험에 노출된 노인을 적극 찾아나서는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연령과 달리 노인은 정보접근성과 활동성이 낮으므로 지역사회에서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는 노인, 우울증에 걸리고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을 찾아내 필요한 서비스와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전국 정신보건센터에 노인사업전담인력이 있습니다. 이를 발전시켜 노인정신건강팀을 구성한다면 효율적인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성공적인 산업화를 이룸으로써 오늘의 우리가 있게 해주신 어르신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무입니다.

조맹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노년층#자살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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