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Q&A]Q: 자살은 본인 말고 막을 수 없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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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항상 사전 신호… 주위서 꼭 손 내밀어야

하규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하규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Q. 자살은 본인 말고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하는데 맞나요?

A. 자살은 개인의 문제이고, 죽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합니다. 특히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보도가 몇 년째 나오고 최근 학생들의 자살도 이어지면서 자살은 막을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 사고가 확산돼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자살은 고위험군을 미리 발견해 치료하면 막을 수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됐던 학생들도 생명을 구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멀쩡하던 사람이 내일 갑자기 자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어려움에서 시작해 상당한 시간과 단계를 거쳐 자살에 이릅니다. 이런 과정 중 어느 시기에라도 주위에서 손을 내밀어 주면 막을 수 있습니다.

누구도 단순히 죽기 위해 자살하지 않습니다. 자살은 살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실패한 경우의 잘못된 선택이자, 주변을 향해 도와 달라는 의사 표현의 잘못된 방식입니다. 바꿔 말하면 의사소통이 정상적이고 해결책을 제시하면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살에도 고위험군이 있습니다. 친구 관계나 성적으로 고민하는 학생, 청년실업자, 조기 퇴직자, 가난이나 질병으로 고통받는 고령자, 우울증이 있는데도 치료 없이 방치된 환자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사례를 주변에서 찾아내 혹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지 않았는지 알아보고 좀 더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로 연결해 주는 것이 예방의 핵심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이런 체계가 미흡합니다. 하지만 지금 있는 제도나 기관만 잘 활용해도 수많은 자살 시도와 사망자를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합니다.

또 사회 전반에 걸쳐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소득층의 경우 생계형 자살이 많으므로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에 관한 교육이나 검진을 제대로 한다면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올해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시행되는 첫해입니다. 자살예방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 실태조사 및 정보관리체계 구축, 예방센터 설치, 자살 위험자 및 가족에 대한 지원 및 정신건강증진 대책 마련, 자살유해정보 예방체계 구축 등의 작업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살이라는 문제가 내 가족과 이웃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예방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하규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자살#자살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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