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조 세계 식품포장재시장, 한국이 휩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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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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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硏 박형우 박사 등 12명, 소속-분야 달라도 융합연구로 첨단 필름 개발 몰두

소속과 연구 분야가 다양한 연구자들이 재활용이 가능하며 성능이 뛰어난 식품포장재를 개발하기 위해 융합연구팀으로 모였다. 왼쪽부터 최경호 생기원 연구원, 이병훈 강남화성주식회사 상무, 전승호 폴리사이언텍 대표, 박형우 식품연 연구원, 김은주 안전성평가연 연구원, 이상국 생기원 연구원, 김성우 경기대 교수, 곽순종 KIST 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제공
소속과 연구 분야가 다양한 연구자들이 재활용이 가능하며 성능이 뛰어난 식품포장재를 개발하기 위해 융합연구팀으로 모였다. 왼쪽부터 최경호 생기원 연구원, 이병훈 강남화성주식회사 상무, 전승호 폴리사이언텍 대표, 박형우 식품연 연구원, 김은주 안전성평가연 연구원, 이상국 생기원 연구원, 김성우 경기대 교수, 곽순종 KIST 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제공
“세계 280조 원 식품포장재 시장에 태극기 한번 꽂아 봅시다.”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식품연구원 소회의실. 연구 성격이 다른 기관의 연구자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 재활용이 가능한 새로운 식품포장재를 개발하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햇반’이나 ‘3분 카레’ 용기를 가장 먼저 공략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아침에 쓰레기 분리배출을 했는데, 그게 재활용이 안 되고 소각된다면서요.”

40, 50대 남자 박사들은 쓰레기 분리배출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즉석 밥이나 레토르트 제품을 담는 용기는 분리배출하더라도 재활용을 할 수 없다. 열을 가해도 잘 녹지 않는 물질이 용기에 섞여 있어 필요한 재료만 따로 분리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사람은 모두 8명. 모임을 이끄는 박형우 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식품포장재 연구자다. 곽순종 책임연구원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 기능성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폴리사이언텍의 전승호 대표도 참석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포장재에 ‘꽂혀’ 작년 6월부터 정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이 벌써 12번째 모임이다.

모임의 발단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연구원은 우리가 흔히 ‘페트(PET)병’이라고 부르는 소재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를 이용한 포장재가 일본에서 개발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다른 성분 없이 오직 PET만 이용했다는 것이다.

과자봉지는 필름 한 장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폴리프로필렌(PP)’이라는 플라스틱 필름 사이에 빛과 산소를 차단하는 알루미늄을 붙여 만든다. 과자봉지 안쪽 은색 부분이 알루미늄이다. 두 종류의 재료를 같이 쓴 탓에 과자봉지는 재활용을 할 수 없다. PP와 알루미늄은 녹는점이 달라 PP에서 알루미늄을 분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석 밥이나 레토르트 식품 용기를 재활용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박 연구원은 “해마다 국내에서만 168만 t에 이르는 플라스틱 식품포장재가 버려진다”면서 “이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1조 원에 이르는 외화를 낭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처럼 PET만 이용해 포장재를 만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박 연구원은 머리를 굴렸다. PET 값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을 포착했다. 재료를 값싼 PP로 바꾸고 기술을 국산화하기만 하면 세계 식품포장재 시장에 ‘한류’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문제는 PP가 산소를 차단하지 못하고 열과 충격에 약하다는 것. 박 연구원은 곽 연구원에게 ‘SOS’를 쳤다. 곽 연구원은 “유·무기 하이브리드 필름이면 산소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 연구원의 지원군을 자청했다.

모임을 시작한 지 1년 남짓 지난 지금 연구팀은 12명으로 늘었다. 박 연구원은 “소속과 연구 분야의 벽을 넘어 진정한 융합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몇 년 안에 ‘슈퍼 포장재’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식품포장재#박형우#융합연구#첨단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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