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표준원전 기술자립도 95% 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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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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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설계 핵심코드 올해 확보… 民官합동 냉각펌프 개발 박차
1350억 수입대체 효과 예상

최근 고리 원자력발전소 정전 은폐 사고로 한국형 원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국내 원전의 운영 효율성과 원전기술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고리 원전 사고도 사실을 은폐한 안전 불감증을 제외하면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 비견될 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당시 고리 1호기는 정기 보수점검을 하기 위해 원자로가 6일째 멈춘 데다 냉각수 온도가 최대 58.3도까지만 올라갔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태에서 연료봉이 녹아 방사성물질이 누출된 ‘노심 용융’은 원자로 온도가 3000도가 넘을 때 일어난다.

○ 원전 기술 자립도 높이는 데 주력

우리나라의 첫 원전 해외수출로 기록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는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에서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쟁쟁한 선진국들을 눌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사업 초기만 해도 원전 후발국인 한국이 이를 따내리라고 예상한 사업자는 별로 없었다. UAE 원전 수주에 성공한 데에는 그동안 정부가 원전 내 각종 설비에 대한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자체 기술을 확보한 것도 한몫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국형 표준 원전의 기술 자립도는 현재 95%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 원전 기술에서 핵심인 원전설계 핵심코드와 원자로 냉각펌프(RCP),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등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원전을 제작하고 수출할 때 제약 요건이 될 수도 있는 원전설계 핵심코드는 현재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아레바만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안으로 원전설계 핵심코드를 확보하는 한편 민간기업과 손잡고 RCP 설계와 제작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RCP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원전 2기를 기준으로 1350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 상태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MMIS는 개발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2015년 완공할 예정인 신울진 1호기부터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세계 6위의 원전 강국

우리나라는 원전 21기에 걸쳐 총 1만8393MW의 전기를 생산해 발전규모로 따지면 세계 6위의 원전 강국이다. 운영 효율성을 나타내는 원전 이용률(연간 기준으로 발전 설비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은 1980년대까지 70%대에 그쳤지만, 운영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2000년 이후 10년 연속으로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평균 원전 이용률은 2009년 91.7%, 2010년 91.2%로 세계 평균 이용률(76.0%)을 크게 앞섰다. 원전 운영에 있어 안전성을 가늠하는 고장 정지건수도 아주 낮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장 정지건수란 원전을 1년간 운전하면서 계획하지 않은 발전정지가 몇 회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낮을수록 안전성이 높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까지 1기당 평균 5건 이상의 높은 고장정지 건수를 보였으나, 1998년 이후부터는 평균 한 건 미만으로 크게 줄었다. 2010년에는 운영하는 원전 20기 가운데 단 2건만 고장정지를 일으켜 1기당 고장 정지건수가 0.1건에 불과했다. 2009년 전 세계 평균 고장정지 건수가 5.5건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안전성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현장 직원들이 원전 효율성과 낮은 고장건수 등 수치에만 매달리다 이번 고리원전은폐 사건이 터진 점을 감안하면 안전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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