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대학병원 44곳중 8곳은 대처능력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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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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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사망으로 본 국내 병원 실태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제공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요인인 급성심근경색은 빠른 치료를 요하는 질환이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최소 2시간 안에 막힌 심장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나 약물 치료를 바로 시도해야 한다.

주로 아스피린 등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막힌 혈관에 풍선을 집어넣어 막힌 곳을 뚫는 혈관성형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가슴을 열어 막힌 혈관 자체를 바꾸는 관동맥우회수술을 한다.

최영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의 5년 이내 재발률은 25% 정도다. 재발하더라도 치료를 빨리 하면 김정일처럼 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심근경색이 발생할 경우 어느 정도 대책 능력이 있을까.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 교수가 전국 44곳 국내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과 60곳의 일반 종합병원(700병상 이상)을 조사했다. 이번 결과는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대학병원도 천차만별=대학병원이라고 심근경색을 잘 치료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내 대학병원 44곳 중 8곳은 환자를 제때 치료하는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급성심근경색이 생겼을 때 병원에 실려와 2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PCI)을 하는 비율을 조사했더니 44곳 중에서 8곳은 90% 이하였다. 특히 5곳은 일반 종합병원의 평균에도 못 미쳤다.

60개 종합병원 중 PCI를 2시간 이내에 하는 비율이 90%를 넘는 곳은 25곳이었다. 이 중 10여 곳은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평균보다 웃돌았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도 환자를 더 잘 치료한 셈이다.

종합병원 중에서 심근경색에 대처를 잘하는 대표적인 곳이 전주예수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보라매병원, 광주기독병원, 강남성심병원, 한마음병원이다.

▽사망률을 살펴보니=상급종합병원에 오는 환자는 대개 중증환자다. 44곳 중 13곳은 기대 사망환자보다 실제 사망환자가 더 많았다. 즉 예상 가능한 사망자보다 대체 능력의 미숙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다.

반면 60개 종합병원 중 4개 종합병원은 기대 사망환자보다 실제 사망환자가 더 적었다. 대처를 잘해서 더 많은 사람을 살려냈다는 이야기다.

사망률을 줄이려면 실려 온 환자에게 2시간 이내에 PCI를 하는 조치 외에도 수술 뒤 1시간 이내에 예방적인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에 잘 대처하는 병원은 의사 인력뿐만 아니라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 의료진 지원 인력이 항상 병원에 상주하거나 즉시 병원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또 환자가 왔을 때 심장내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 관련 전문의가 바로 보는 병원일수록 대처를 잘했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없나=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인정받고 싶은 이유는 건강보험으로부터 지급받는 수가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종합병원의 가산율(25%)보다 5%포인트 많은 30%의 수가를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환자가 심근경색으로 치료를 받아 건강보험에서 급여비 100만 원을 지불했다면 상급종합병원은 3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이처럼 실력 차가 나는데도 같은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추가로 보조하는 종별 가산금을 30%씩 똑같이 받는 것은 문제”라면서 “종별 가산금을 좀 더 차별화해서 질적인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민 심평원 평가위원은 “심근경색 위험 요인이 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협심증을 가진 사람은 집 근처의 좋은 병원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면서 “심평원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병원평가 정보가 있어 지역별로 어느 병원이 좋은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근경색의 전형적인 증세는 흉통, 호흡곤란, 구역, 땀이다. 흉통은 적어도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팔이나 목 또는 등으로 퍼져나간다. 노인은 호흡곤란 혼돈 기절 복통 등 비전형적인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또 환자의 25% 정도에서는 증상 자체가 없는 ‘무증상 심근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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