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들고]아이 비만, 가족소통 절호의 찬스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건강검진 상담을 하면서 “비만이시네요”라고 말하면 멋쩍게 웃는 어른들을 흔히 본다. 비만을 질병이라기보다 외모와 관련된 문제로만 여기는 듯한 반응이다.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도 바꾸기 어렵다. 소아비만과 관련된 각종 질병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심각하긴 한데 어찌해야 할지 몰라 비만클리닉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도 많다.

비만치료를 위해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올 정도라면 평소 아이의 건강에 비교적 관심이 많은 부모다. 그런데 비만클리닉에 오는 아이들 중에는 부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살을 빼야 한다며 병원에 가라던 아빠가 저녁 때마다 야식거리를 사와 아이들이 안 먹으면 섭섭해하고, “병원에까지 다니면서도 살이 안 빠진다”며 면박을 주기까지 한다고 한다.

엄마와 함께 진료상담을 받았지만 여전히 집 냉장고에는 튀긴 냉동 음식이 가득하다. 아이는 방과 후 컵라면이나 짜장면을 먹고 바로 학원으로 간다. 엄마가 의료진에게 들은 대로 안 해준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이런 경우 의사로서 한계에 부닥친다. 부모는 ‘바쁜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 왜 넌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하는 마음을 갖는다. 반면 아이는 자신의 생활에 부모가 일방적인 간섭과 잔소리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의 체중 조절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스로를 조절할 능력이 부족한 아이가 비만 치료를 귀찮은 간섭이 아닌 따뜻한 관심으로 느끼게 하려면 가족이 함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우선 아이 자신이 끌려가기보다는 주도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건강지킴이’라는 역할을 맡겨보자. 각종 식품의 영양성분 읽기나 영양소에 대해 알게 하고 가족들의 운동 상태, 냉장고 상태 등을 체크해 달력이나 냉장고 문에 표시하는 일을 맡긴다. 그러면 아이는 기대 이상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장을 보면서 직접 재료를 골라보게 하자.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채소를 왜 먹지 않느냐”고 다그치지만 말고 함께 장을 보면서 각종 채소의 이름과 모양에 친근해지는 시간을 주고 그 재료로 자신이 요리를 하게 하면 좋다. 주말 농장이나 텃밭을 활용하는 것도 채소에 대한 친근감을 키우고 아이들의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함께 요리를 해보는 방법도 좋다.

온 가족이 모여 운동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아이가 어리다면 비눗방울을 따라다니며 잡는 놀이를, 조금 큰 아이라면 공 던지기나 공차기를 함께하거나 아이가 자전거를 탈 때 옆에서 함께 뛰는 것도 좋다. 퇴근길에 아이에게 “숙제했어?”라고 묻기보다는 “같이 나가서 걷자”고 제안하고 대화를 나눠보자. 진료실에서 관찰한 결과 아이와 부모 간 마음의 거리가 좁혀지는 만큼 아이의 체중은 줄어들었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