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제 쓸때도 조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6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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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폐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를 쓰지 말도록 권고하면서, 악취를 없애기 위해 뿌리거나 바닥에 놓는 방향제는 괜찮은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하철과 공공장소의 화장실에서도 스프레이형 방향제를 분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동차에도 방향제를 쓰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방향제를 집에서 쓰지 않더라도 바깥에서 접촉할 가능성이 커졌다.

○ "방향제로도 폐 손상될 수 있다"

2006년 UC버클리 의과대학 존 발룸 박사 연구팀은 "실내 방향제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파라디클로벤젠이라는 물질이 공기에 노출되면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에 자주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폐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국내 의료계 전문가들도 이런 연구결과에 동의한다. 강희철 연세대 세브란스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번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사람들은 특정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성분에 유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방향제에도 기침이 심해지거나 목이 붓고, 농도가 짙을 경우 폐가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방향제 자체가 모두에게 위험한 물질은 아니다. 복숭아 알레르기와 같다고 보면 된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먹고 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복숭아를 먹는다고 사망하는 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쓰고도 누구는 사망하고, 누구는 사망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출된 농도차도 있겠지만, 개인의 알레르기 반응차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 교수는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가렵고, 향기에 불쾌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천식환자는 가급적 안 쓰는 것이 좋아

지난해 여성환경연대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시중에 판매되는 방향제 9종류, 지하철 화장실에서 쓰이는 방향제 2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세 종류의 프탈레이트가 다량 검출됐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 첨가제인데,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서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다. 특히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DBP는 2003년 유럽연합이 화장품 성분에 넣지 말라고 금지하고 우리나라에서도 화장품 원료배합에서 금지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소비자가 유해성분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방향제 제품의 성분과 함유량 표시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에탄올과 메탄올, 디아틸프탈레이트 등의 유해물질이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천식을 앓고 있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 기관지가 약한 사람은 실내에 방향제를 두지 않는 편이 낫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성인이라도 오랜 시간 방향제에 노출되는 것은 피하고 차라리 방문이나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프탈레이트 성분은 꼭 확인

보건당국은 "방향제 성분에서는 아직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조사하면서, 보건당국은 방향제와 플러그형 모기향 등 다양한 제품군도 폭넓게 검토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사용자 설문조사를 했으나 방향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당국도 "방향제를 밀폐된 곳에서 농도를 심하게, 지속적으로 신체를 노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꼭 방향제를 쓰고 싶다면, 되도록 프탈레이트가 들어있지 않았거나 미량이 들어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프탈레이트는 카드뮴에 비견될 정도의 독성을 갖고 있다. 동물 실험 결과 프탈레이트는 간 신장 심장 허파 등에 악 영향을 미치고 여성 불임, 정자수 감소 등으로 생식기관에도 유해한 독성물질이다. 프탈레이트의 종류에는 DEHP, BBP, DBP, DEP 등이 있다.

노지현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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