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입소문 클리닉]<19>황반변성 클리닉 ‘누네안과병원’

초점 안맞고 사물 왜곡… 그저 노안이려니 방치했다간 실명 위험

누네안과병원 권오웅 원장이 황반변성 환자에게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레이저 치료를 하고 있다. 누네안과병원 제공

《진료진 15명으로 구성된 누네안과병원은 작지만 재빠르다. 병원 문을 연 2006년, 바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루센티스’라는 약물을 황반변성 치료에 사용했다. 당시로서는 위험 부담이 큰 실험이었다. 하지만 환자들 사이에서 “치료 효과를 봤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문병원으로 자리를 굳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잡은 이 병원의 또 다른 장점은 스피드다. 보통 대형병원에서 황반변성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과 진료 절차가 복잡하다. 누네안과병원은 진단에서 치료까지 하루에 끝내는 ‘원데이 시스템’을 운영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환자도 당일 치료를 끝낼 수 있다는 얘기다.》
○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황반변성

황반은 노란 빛깔을 띠는 망막의 중심부를 말한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사물의 중심이 보이지 않거나 사물의 모습이 왜곡된다.

황반변성은 눈 노화질환의 일종이다. 눈을 감싸고 있는 막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기고, 여기에서 누출된 혈액이나 액체가 황반을 손상시켜 시력을 떨어뜨린다. 65세 이상 노인 실명 원인 1위가 황반변성이다. 아직 황반변성의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모세혈관 장애로 저산소증이 일어나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누네안과병원을 찾는 황반변성 환자는 주로 60대 이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 자외선, 스트레스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한국망막협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40, 50대 황반변성 환자가 10년 전에 비해 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 권오웅 원장은 “황반변성은 초기 자각증세가 거의 없다. 단순히 사물을 바라볼 때 초점이 맞지 않으므로 노안으로 여길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병원을 찾는 시기가 늦어져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이 진행되면 황반 안에 있는 시신경 세포의 손상이 심해진다. 이럴 때는 시야 중앙에 검은 점이 생기는 ‘개기일식’과 같은 현상도 나타난다. 한쪽 눈에 황반변성이 있는 환자의 절반가량(45%)은 5년 이내 다른 쪽 눈까지 번져 더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 항체치료주사, 시력 되돌리는 효과

황반변성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신생 혈관들을 제거해야 한다. 레이저 광응고술, 광역학요법(PDT)과 같은 방법이 있지만, 이는 레이저로 망막의 신생 혈관을 파괴해 질병의 진행만 억제할 뿐 시력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항체를 눈 속에 주사해 혈관의 출혈을 멈추고 비정상적인 혈관의 생성을 막는 항체주사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주사제에는 루센티스라는 약물이 쓰인다. 누네안과병원도 이 치료법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이 치료법을 쓰고 있다.

루센티스를 이용한 항체주사는 4주 간격으로 총 3∼5회를 맞으면 된다. 점안 마취를 이용하며 시술 시간은 한쪽 눈당 5분가량 걸린다. 권 원장은 “망막이 부어 시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환자도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압이 높은 일부 환자는 약물을 투여한 후 일시적으로 안압이 상승할 수 있어 사전 검사가 필요하다.

이 병원이 황반변성 환자 244명을 대상으로 루센티스를 한 달 간격으로 총 3회 주사한 뒤 6개월 후 경과를 관찰한 결과 94.3%가 시력을 유지해 실명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또 환자 38.5%에서는 시력 개선의 효과가 나타났다. 시력 개선은 시력 측정표에서 2줄가량을 더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권 원장은 “기존 중증 황반변성 환자들은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항체주사치료로 시력을 개선한 환자들은 운전 독서 운동 등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안과 전문의 협진체제

현재 누네안과병원 내의 망막센터는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 망막학회, 미국 황반학회, 유럽 망막학회의 정회원으로 등록한 권 원장이 수술을 주도한다. 망막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권 원장은 풍부한 임상경력을 바탕으로 수술을 집도한다. 건양대 김안과병원 병원장을 역임하고 망막 진료에서 20년 이상의 임상 경험을 갖춘 김순현 진료원장, 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로도 일하는 유용성 원장, 서울성모병원 전공의 출신인 임수진 과장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망막전문의들도 센터에 포진하고 있다.

이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녹내장 망막 안성형 각막 사시 콘택트렌즈 등 6개 과목 전문의들로 구성된 의료진으로부터 한꺼번에 진단을 받는다. 신속한 진단 이후에는 집중 치료에 들어가 웬만한 망막 질환도 하루 만에 치료가 끝난다. 환자의 30%는 거주지가 지방이다.

권 원장은 “50세 이후에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황반변성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가족 중 황반변성 환자가 있다면 위험도가 4배 이상 증가하므로 나이와 상관없이 6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