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가 비구름 입체분석… 이상기후 예보능력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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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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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이중편파레이더’ 내년 전국에 11대 설치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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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도권에 집중된 수해를 계기로 극한기후에 약한 국가 예보시스템을 대폭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구온난화로 짧은 시간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기상조건이 한반도 상공에 자주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기상청은 9일 “내년 전국에 이중편파레이더 11대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중편파레이더란 단일 전자파만으로 기상 상황을 분석하는 기존 국내 레이더와 달리 수직과 수평, 즉 2개의 전자파를 구름 속으로 쏴 입체적으로 비구름을 분석하는 장비다. 구름 속 강수 유형(비 눈 우박)과 강수량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기상청이 이중편파레이더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이번 폭우를 계기로 ‘평소에는 잘 맞히지만 정작 이상기후 상황에선 국가적 예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달 26일 오후 5시 “시간당 30∼50mm의 강한 비와 150mm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하루에만 서울에 301.5mm의 비가 내렸다. 지난해 추석 연휴(9월 21일)에도 기상청이 예보한 강수량(20∼60mm)을 훨씬 웃도는 250mm의 폭우가 쏟아져 서울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겼다. 또 올해 2월 경남지역 폭설 때도 부산 등에 대설주의보 발효가 늦어져 피해가 컸다.

이 때문에 폭우, 폭설 등 예보가 꼭 맞아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는 정작 기상예보가 틀린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제9호 태풍 ‘무이파’도 당초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보됐지만 서해상을 관통하며 7, 8일 각종 피해를 입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상기술로는 어느 지역에 비가 몇 mm 오는지, 태풍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정확히 예보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상전문가들은 현재 기상청의 측정 능력이나 방식에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민간예보전문회사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슈퍼컴퓨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강수예보를 하려면 우선 인공위성 사진과 레이더 영상으로 비구름대를 추적한다. 이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강수량을 계산한다. 예보관은 개인적 경험과 예측을 가감해 최종 예상 강수량을 발표한다. 하지만 슈퍼컴퓨터는 평상시에는 비교적 정확히 계산하지만 정작 피해가 큰 폭우 폭설 등 돌발 상황에는 취약하다는 것. 복잡한 자연현상을 방정식으로 전환해 숫자로 풀어내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예보관의 능력 향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중편파레이더 외에 ‘스톰 스케일’이라고 불리는 고해상도 예보모델을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모델은 기존 예보모델로는 파악이 불가능한 길이 12km 이내의 구름대를 찾아내 지상 1.5km 간격으로 강수량을 예보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지상 5km 간격으로 강수량이 예보된다. 기상선진화추진단 김금란 담당관은 “지상관측망뿐만 아니라 지상에서 30km 위의 상층 구름을 관측하는 기상기구, 바다관측망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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