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이비리그서 석사받고 서울大박사과정 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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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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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 ‘WCU프로그램’ 성과

2011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국제콘퍼런스가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루이스 이그내로 건국대 초빙교수(1998년 노벨의학생리상 수상자·왼쪽)와 이바르 예베르 경원대 초빙교수(197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한국 대학의 국제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11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국제콘퍼런스가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루이스 이그내로 건국대 초빙교수(1998년 노벨의학생리상 수상자·왼쪽)와 이바르 예베르 경원대 초빙교수(197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한국 대학의 국제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영수 씨(25)는 지난해 2월 미국 아이비리그에서도 명문대로 손꼽히는 코넬대 화학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함께 받았다. 정 씨가 다음 단계로 선택한 곳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정 씨는 그해 9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프로그램의 하나인 서울대 에너지환경사업단의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정 씨는 “사업단 소속 교수들의 수준이 세계 명문대에 전혀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해외 초빙 교수인 고란 운가르 영국 셰필드대 교수를 비롯해 현택환 교수와 차국헌 교수 등은 모두 세계적인 화학공학자예요. 이런 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기도 쉽지 않죠. 100% 영어강의도 제게는 부담을 줄여줬어요.”

정 씨는 1년도 되지 않아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잡아먹는 환경기술을 주제로 국내외 연구논문 두 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업단에는 정 씨 외에도 미국 퍼듀대와 라이스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등 외국 명문대에서 온 학생이 적지 않다.

WCU 사업이 한국 이공계 대학의 세계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장정식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요즘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는 우수한 학생이 점점 늘고 있어 대학원만 놓고 보면 이공계 기피 현상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연구 역량이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걸 학생들이 알게 된 데다 WCU를 통해 국내 대학이 세계화된 것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WCU 프로그램은 국내 이공계 대학에서 해외 석학을 유치해 새로운 학과를 개설하거나 공동 연구 및 강의를 한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시작했다. 초기부터 조지 스무트 이화여대 초빙 교수, 루이스 이그내로 건국대 초빙교수 등 노벨과학상을 받은 학자들이 찾아와 화제를 낳았다. 오우택 서울대 약대 교수(WCU 협의회장)는 “처음에는 전시성 사업이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대학을 세계화하고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배호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매우 도전적으로 변했다”며 “최근 우리 과에서 처음으로 대학원생이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것도 그런 결과”라고 말했다. 박 교수와 최진식 씨(박사 과정)는 최근 ‘사이언스’에 신소재인 그래핀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홍국선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2002년 월드컵 이후 외국인에게 주눅 들지 않는 ‘G세대’가 나왔는데 WCU도 과학계의 G세대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뇌공학과에 온 독일 막스플랑크 바이오사이버네틱스연구소의 하인리히 뷜토프 소장은 방학에는 한국 학생 몇 명을 독일에 데리고 가 연구를 계속할 정도로 한국에 애정이 많다. 이성환 고려대 교수는 “뷜토프 소장이 국제 학술지의 편집자로 나를 추천했다”며 “해외 논문을 정독하느라 힘은 들지만 외국 과학자들과 인맥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호신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은 “WCU 프로그램 덕분에 외국 교수들 사이에서 한국 대학의 인지도가 꽤 올라갔다”고 밝혔다.

오우택 WCU 협의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WCU처럼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을 때 제대로 맺어진다”며 “한 번 맺은 네트워크가 중간에 흔들리지 않도록 세심하고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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