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뇌 근육 장기 어디든… 1mm 바늘에 전기 흘려 고장난 인체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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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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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 통증 간질 등 신경계 증상-파킨슨병-정신과 질환에 효과
고주파 열로 종양제거-어깨 무릎 팔 등 통증 치료에 본격 활용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침으로 전기를 인체에 흘려보내 치료하는 수술이나 검사법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흔히 전기라고 하면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치료에 사용되는 전기는 적은 전류량으로 물리치료에 자주 활용돼 왔다. 또 침에 센 열을 일으켜 아픈 부위나 종양을 제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뇌, 근육, 장기 등에 침을 꽂고 여기에 전기 자극을 줘서 치료하는 방식이 난치성 질병에 적용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 고장난 뇌 회로 복원하는 뇌심부자극술


근전도 검사에서 진단된 병변에 침을 넣은 뒤 전기자극을 통해 통증을 치료하는 경피적 신경자극요법. 에스신경외과 제공
근전도 검사에서 진단된 병변에 침을 넣은 뒤 전기자극을 통해 통증을 치료하는 경피적 신경자극요법. 에스신경외과 제공
전기침 수술은 최근 뇌 기능 장애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볼펜 심 정도(1.27mm)의 가는 전극 단자를 뇌의 병소 부위에 넣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는 시술. 이 같은 시술로 뇌의 고장 난 신경회로를 복원해 떨림증, 통증, 간질 등 다양한 신경계 증상을 없앴다. 국내에서는 뇌심부자극술로 환자 2000여 명을 치료했다.

뇌심부자극술은 환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이뤄지고 의사는 뇌지도(brain-mapping)가 장착된 컴퓨터로 정확한 병변 부위를 찾아 자극한다.

이 같은 시술은 파킨슨병에 효과를 보였으며 정신과 질환에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9년부터 일부 난치성 강박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뇌심부자극술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강박장애는 불합리한 걱정이 반복되는 강박증과 이로 인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 계속 손을 씻거나 확인하는 등의 행동을 되풀이하는 정신질환으로 환자 중 적어도 10%가 난치성으로 분류됐다.

○ 종양 제거하는 고주파 열치료

고주파 열로 종양을 없애는 진료도 새로운 흐름이다. 이 치료는 인체 내에 약 1mm 정도의 가는 바늘을 병변 부위에 삽입한 뒤 인체에 해가 없는 400∼500kHz 고주파 전류에서 나온 열과 자기장을 이용해 환부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영상의학 전문의가 초음파 유도하에 비수술적 치료법인 고주파 열치료로 간세포암을 제거하는 모습. 강북삼성병원 제공
영상의학 전문의가 초음파 유도하에 비수술적 치료법인 고주파 열치료로 간세포암을 제거하는 모습. 강북삼성병원 제공
고주파 열치료는 통증뿐만 아니라 간암, 신세포암, 갑상샘 종양, 심장 부정맥의 발생 부위를 제거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이때 사용되는 바늘은 자체가 코팅이 되어 있어 바늘 끝 심부에서만 원하는 온도를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이나 신경 가지를 고열로 태워버리기도 하고 42도 정도의 열을 가해 회복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손상을 준 뒤 이 손상이 회복되면서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미국 간학회에서는 크기가 3cm 이하이면서 3개 이하의 간세포암이 발견된 환자의 전신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 고주파 열치료술이 권장된다. 그만큼 안전하고 효과가 입증된 종양 치료방법으로 부상한 것이다. 고주파 열치료는 수술에 비해 합병증이 적고 회복기간이 빠르다.

신경을 태워버리는 시술은 얼굴에 발생한 신경통이나 허리 관절 통증 치료에 이용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태워버린 신경이 덩어리져 더 아파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 전기침으로 근육-신경 검사

근육에 전기적 자극을 주거나 환자가 근육을 움직이도록 해 근육이 얼마나 정상적으로 반사를 일으키는지 검사하는 방법에도 전기침이 쓰인다. 이완된 근육에 바늘을 찌를 때 근육에 붙은 신경이 비정상이면 근육이 저절로 떨게 되는데 바늘이 들어간 상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근육에 힘을 주어 나타나는 전기의 변화를 보면 근육이 정상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신경에 자극을 주고 반사 시간을 측정해 신경의 이상을 진단하는 신경전도 검사에도 전기침이 이용된다. 심한 신경병이 발생하면 정상인에 비해 신경전도 속도가 달라진다. 예전에는 주삿바늘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신경이나 혈관이 다치지 않도록 전기침으로 검사한다.

○ 통증 치료에는 경피적 신경자극요법

환자의 뇌까지 들어가는 침을 넣은 뒤 전기자극을 하는 뇌심부자극술.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제공
환자의 뇌까지 들어가는 침을 넣은 뒤 전기자극을 하는 뇌심부자극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제공
1999년 국제 학술지인 자마(JAMA)에는 근골격계에 치료 효과를 보이는 물리치료법이 소개됐다. 피부에 침을 집어넣고 전극을 연결해 요통과 하지 통증을 완화한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의학계에서는 이 같은 방식을 경피적 신경자극요법(Needle TENS)이라 불렀다. 이 요법은 운동요법보다도 효과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요통인 경우 아픈 신경 분절을 찾아 해당 신경과 가까운 척추의 다열근이라는 근육에 바늘을 넣어 전기를 흘려보내 통증을 없앤다. 또 척추에 바늘을 넣어 음극을 연결하고 다리에도 바늘을 넣어 양극을 연결하여 전기를 연결하기도 한다.

경피적 신경자극요법은 어깨, 무릎, 팔, 손, 두통 등 여러 가지 통증 치료에 본격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물리치료사가 침을 쓰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들만 통증 치료에 이 요법을 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도움말=장진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홍현표 강북삼성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이미영 대전산재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양승민 에스신경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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