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자살충동 행동으로 옮기는 방아쇠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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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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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자살상담 분석… “음주관련이 66%”


《KAIST 학생, 대학총장, 해병대원까지…. 한국은 직업과 상관없이 매일 40명씩 자살하는 나라가 됐다. 그런데 이처럼 한국에서 자살률이 높은 데는 관대한 음주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2년간 서울시자살예방센터(1577-0199)의 자살 상담 사례를 분석해 봤더니 상담자 2911명 중 취한 상태이거나 음주 문제를 갖고 있는 상담자가 66.4%에 달했다. 술이 자살 생각만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살 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질병관리본부가 2008년 6월∼2010년 5월 종합병원 7곳에 자해나 자살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를 분석했더니 39.5%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2005∼2006년 미국 내 17개 주에서 자살로 사망한 1만8994명 가운데 혈중 알코올 검사상 양성반응을 나타낸 사람이 33.2%였다.》
왜 술이 자살 요인으로 꼽힐까. 술은 생각으로만 끝날 자살을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일종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명수 서울시정신보건센터장은 “술은 충동이나 공격성, 본능적 욕구를 억제하는 전두엽의 활동을 막는다. 평소에는 스트레스나 환경적 문제로 자살에 대한 충동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술 취한 상태에선 그 충동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다”고 말했다.

○ 자살률과 음주량의 상관관계

술이 자살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 추이를 살펴보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급상승했다가 2000, 2001년 감소한 뒤 2004, 2005년에 걸쳐 다시 상승하는 N자형 그래프를 보여준다. 음주율도 1998년 52.1%로 상승한 이후 2001년 50.6%로 감소했다가 2005년 59.2%로 다시 올라갔다. 이 센터장은 “이는 음주가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통 술 1L당 자살 위험이 남자 4%포인트, 여자 2.8%포인트 높아진다”고 말했다.

적절한 음주량은 남성은 하루 소주 4잔 이하, 여성은 소주 3잔 이하다. 평소 한두 잔 마시던 술의 양이 늘어나고 술을 마셔야 잠이 오는 빈도가 늘어난다면 알코올의존증을 의심해야 한다. 위험 음주군의 조기 선별을 위해 만들어진 테스트(AUDIT)로 자가진단을 해보자. 10개 문항의 점수를 합쳐 남성은 10∼19점, 여성은 6∼9점이 나오면 위험 음주군에 속한다.

알코올의존증은 다른 정신질환과 비교해서 치료율이 매우 낮다. 지난해 서울시정신보건지표에 의하면 우울증 등의 기분장애 치료율이 51% 수준인 데 반해 알코올의존증 치료율은 2.9% 수준에 머물렀다.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점차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자가검진 등을 통해 위험 음주 이상의 문제가 나타나면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정신건강상담을 위한 전국 공통전화(1577-0199)나 지역알코올상담센터, 지역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일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절주 문화 조성 등 제도적 개입도 중요

음주는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공공보건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특히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요즘 더는 알코올의존증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파랑새 플랜’을 수립해 알코올의존증 문제의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알코올상담센터 확대 설치와 음주운전 등 관련 범죄에 대한 치료명령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25개구에서 정신보건센터를, 5개구에서 알코올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알코올의존증 환자 조기 발견과 치료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정관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은 “서울시는 알코올의존증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치료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하여 해독 치료, 집중 외래, 단기 입원 등 외국의 경험을 참고하면서 프로그램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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