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생명공학연구, 기초-실용 나눠 맞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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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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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연구 분야를 기초, 인프라 구축, 실용 등 세 가지로 나누고 분야별 맞춤형 평가지표를 적용할 겁니다.”

4일 취임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혁 신임 원장(55·사진)은 11일 대전 생명연 원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발표한 논문 수와 출원한 특허 수 등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했던 기존 평가방식은 모두가 만족하기 어려웠다”며 연구성과 평가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생명 현상을 해석하는 기초연구 분야는 논문을 발표하기 쉬워도 특허를 출원하기는 어렵다. 상품화에 중점을 둔 실용연구 분야는 이와 반대다. 식물, 미생물 등을 수집해 생물자원은행을 만드는 인프라 구축 연구는 기초와 실용 연구의 기반을 닦는 일이지만 특허 출원이나 논문 발표 모두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기초연구자들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실용화 연구도 해야 하는 등 혼선이 있었다.

“기초연구는 논문 중심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다만 줄기세포처럼 현재 주목받는 연구가 좋은 학술지에 실릴 기회가 많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기초연구와 형평성을 고려할 생각입니다.”

기초연구 중에서도 ‘인기 종목’에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정 원장은 실용연구 분야는 연구 결과가 실용화되는 단계마다 평가를 할 계획이다. 가령 기업에 기술 이전을 했을 때 평가가 ‘A’라면 상품이 출시될 때는 ‘AA’를 주는 방식이다.

정 원장은 안정된 연구비 지원을 통해 ‘연구하기 좋은 생명연’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는 “연구원이 기업 등에 찾아가 ‘보따리 장사’를 하는 대신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전체 연구비의 35% 정도를 외부 연구과제를 맡아 해결하는 현재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의 비율을 차츰 낮추겠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연구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계약직 연구원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현재 생명연의 계약직 연구원은 400여 명. 정규직 연구원 340여 명보다 많다. 그는 “계약직 연구원의 정규직화는 정부의 정책과 관련돼 있어 원장 뜻대로 하긴 어렵다”면서도 “계약직 연구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최대한 나누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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