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증 치료제, 청소년엔 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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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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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모다피닐 오남용 잦자 처방제한
의사들 “졸음에 고통받는 수험생들 타격”

수시로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푹 쓰러져 자는 질환인 기면증은 10대 청소년층에서도 발생한다. 이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모다피닐(성분명)이다. 동아일보 DB
수시로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푹 쓰러져 자는 질환인 기면증은 10대 청소년층에서도 발생한다. 이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모다피닐(성분명)이다. 동아일보 DB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모다피닐에 대한 처방 제한 조치 때문에 정작 약이 필요한 청소년 기면증 환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기면증은 잠을 충분히 잔 뒤에도 일상생활 도중에 갑자기 졸음에 빠져드는 증세로 10대 초반에서 20대 초반에 주로 발병한다. 국내 기면증 환자는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얼마 전까지 모다피닐은 기면증 치료제로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팔았다.

그러나 유럽의약품청(EMA)은 모다피닐을 오·남용하면 두통 오심 불안 같은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해 지난해 11월 기면증, 과다졸음각성개선,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에 처방되던 모다피닐을 기면증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청도 지난달 16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을 열고 기면증에만 모다피닐을 쓰도록 했다.

문제는 위원회의 권고 사항에 기면증 환자라 하더라도 18세 미만일 경우에는 처방을 제한하라는 조항이 들어간 것.

이에 대해 기면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수면질환 전문 의사들은 “기면증 환자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검사를 통해 기면증으로 진단받은 중고교생들은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제대로 공부할 수 없어 고통을 받는데 이 약을 처방할 수 없게 됐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모다피닐과 비슷한 효능을 지닌 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 등은 기면증에 대한 적응증이 없고 약물 의존 및 탐닉 같은 부작용 때문에 대체의약품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전문의는 “똑같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메틸페니데이트는 오·남용하면 부작용이 모다피닐보다 더 크다”며 “부작용으로 불면 불안 기분변화 식욕저하뿐만 아니라 정신병이나 성장지연 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수면의학회 대한수면학회 대한수면연구회 등 관련 학회는 18세 이하 기면증 환자들에게 모다피닐을 처방할 수 없게 된 이후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공문을 이번 주에 식약청에 보낼 예정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모다피닐을 처방하는 것이 유익하지 않다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한 것”이라면서 “18세 이하에게 처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전문가들이 유익성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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