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바이러스의 습격]<上>정체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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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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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맞은 한우 돌연사 원인은 ‘백신 브레이크’

《최근 구제역이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종플루도 다시 맹위를 떨칠 기세다. 이 모두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이다. 도대체 바이러스가 뭐기에 이렇게 우리를 괴롭힐까. 가장 단순한 생명체라는 바이러스는 사실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인간은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가. 일상 속에서 매일 접하는 바이러스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구제역 바이러스 정부가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는 구제역 바이러스. 30nm 크기의 RNA 바이러스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사진 제공 미국 위스콘신대
구제역 바이러스 정부가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는 구제역 바이러스. 30nm 크기의 RNA 바이러스로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사진 제공 미국 위스콘신대
40여 일 전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며 국가 위기 사태에 이르고 있다. 신종플루도 다시 등장해 벌써 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들은 모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병이다. 과연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자 정부는 이달 5일 돼지에게도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한우와 젖소에게만 주사했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은 100%까지는 못 돼도 기대 이상의 방어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백신은 일반적인 백신과 달리 화학 처리를 해 몸 안에서 증식하지 못하도록 한 ‘죽은 바이러스’로 만든다. 정규식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로 만든 백신은 면역력이 약한 가축에게는 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백신에 있던 바이러스가 전파돼 피해를 더 키우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백신을 맞은 한우 20여 마리가 돌연사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백신 브레이크’라고 진단했다. 백신에 넣어 주는 면역증강물질에 과민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강신영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가축에게 쓰는 백신은 기준이 덜 엄격해 가축 10만 마리당 두세 마리가 죽어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백신 접종을 받은 한우는 전국적으로 70만 마리를 넘어섰다.

○ 신종플루 왜 청장년층에게 치명적인가

지난겨울 유행한 신종플루는 기존의 계절성플루(독감)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주로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계절성플루에 희생되는 것과 달리 신종플루는 오히려 면역력이 강한 청장년층에게 더 치명적이었다. 이번 겨울에 희생된 4명 역시 감염되기 직전까지 건강했던 청장년이나 청소년, 아이였다.

미국 밴더빌트대 퍼낸도 폴랙 교수팀은 신종플루로 사망한 청장년 환자 23명의 폐조직을 검사한 결과 이들의 면역계가 ‘광란에 빠져’ 결국 스스로를 파괴했다는 사실을 발견해 지난해 12월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슨’에 보고했다.

환자들의 폐조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자 ‘C4d’라는 단백질이 잔뜩 쌓여 있었다. C4d는 항체와 결합해 바이러스를 무찌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몸에는 아직 신종플루바이러스를 표적으로 삼는 항체가 형성돼 있지 않았던 것. C4d는 대신 이전에 몇 차례 앓았을 계절성플루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활성화시켰다.

그러나 계절성플루바이러스의 항체는 신종플루바이러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지 못하고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인체의 면역계는 C4d를 계속 만들어 냈다. 폴랙 교수는 “결국 C4d-항체 복합체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환자의 혈관에 구멍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 폐에 물과 혈액이 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1918년 스페인플루나 2003년 사스도 그랬지만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청장년층이나 어린이에게 더 치명적인 경향이 있다”며 “신종플루로 사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건강상태로 예측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지난 시즌 1400만 명, 이번 시즌 1600만 명이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크게 번질 가능성은 낮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Q:왜 발굽두개인 동물에게만 구제역 생기나▼

A:바이러스 숙주의 세포표면 단백질 달라


감기를 일으키는 인간리노바이러스
감기를 일으키는 인간리노바이러스
구제역바이러스는 대표적인 감기바이러스인 인간리노바이러스(HRV)와 함께 가장 단순하고 작은 종류인 피코르나바이러스에 속한다. 공처럼 생긴 바이러스 입자는 지름이 3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로 3000마리가 줄을 서야 머리카락 두께가 된다. 이들의 게놈은 8000여 개의 염기로 이뤄져 있어 30억 개인 인간 게놈의 40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구제역바이러스는 우제류(발굽이 둘인 동물)만 감염시키고 HRV는 사람만 감염시킬까. 이는 바이러스가 인식할 수 있는 숙주의 세포표면 단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제역바이러스가 우제류 세포표면의 인테그린이란 단백질을 인식해 침투하는 반면, HRV는 사람 세포표면의 세포간접합분자1이나 저밀도지질단백질수용체에 달라붙어 안으로 들어온다. 사람세포의 표면에 소의 인테그린 단백질을 심으면 구제역바이러스가 침투해 세포를 초토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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