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집-일터만 오가는 ‘도심형 개미’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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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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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 이용한 이동경로 분석-38.5%, 늦게까지 노는 ‘베짱이형’,16.5%는 놀다 귀가하는 ‘융합형’,“버스정보 덧붙이면 정확한 결과”

성신여대 이금숙 교수팀은 수도권 지하철 승객의 이동경로를 분석해 생활방식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도심형 베짱이’는 위 사진에서 어둡게 보이는 강남역,신촌 등지에 밤 시간대에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제공 성신여대
성신여대 이금숙 교수팀은 수도권 지하철 승객의 이동경로를 분석해 생활방식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도심형 베짱이’는 위 사진에서 어둡게 보이는 강남역,신촌 등지에 밤 시간대에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 제공 성신여대

퇴근 시간에 회사나 학교를 나와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면 주변을 잠시 둘러보자. 같은 지하철에 탄 사람들 가운데 절반 정도는 귀가 중이다. 나머지는 놀러 가기도 하고 학원 등에 공부하러 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 중 70%는 지하철을 놓쳐 택시나 심야버스를 타고 귀가한다.

지리학-컴퓨터공학-물리학 분야 전문가들이 연구팀을 구성하고 서울 지하철의 이용 행태를 조사해 한국물리학회지 15일자에 발표했다. 성신여대 지리학과 이금숙 교수 주도로 진행된 이 연구는 ‘스마트카드(후불제 교통카드)’를 사용한 수도권 지하철 승객 274만6517명의 하루 이동을 ‘복잡계’와 ‘그물얼개’ 이론으로 분석했다. 이 이론은 수학과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방법으로 여러 지점이 서로 맺은 관계나 지점 사이의 유동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교수팀은 수도권 사람들을 ‘도심형 개미’ ‘도심형 베짱이’ ‘융합형’ 세 부류로 구분했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따왔다. 도심형 개미는 집과 회사(또는 학교)만 오간다.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오후 6시 이후이며 대개 7∼8시에 퇴근한다. 수도권에 사는 직장인과 학생 중 45%가 도심형 개미다.

도심형 베짱이와 융합형은 회사나 학교가 끝난 뒤 강남역, 신촌역, 홍대입구역, 혜화역으로 몰린다. 유흥가와 각종 학원이 있는 곳이다. 이들은 개미보다 평균 한 시간 정도 일찍 퇴근한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귀가할 수 있으면 ‘융합형’, 늦게까지 놀다 막차를 놓쳐 택시를 타고 귀가하면 ‘베짱이’다. 수도권에 사는 직장인과 학생 중 38.5%는 베짱이, 16.5%는 융합형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자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최무영 교수는 “버스나 다른 교통수단을 타고 귀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버스 이용객 정보를 덧붙이면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은 세 부류를 11개로 세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도심지 직장인의 이동경로를 통해 생활 방식을 분석한 연구지만 이를 바탕으로 도심 개발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서울지역의 인구 흐름은 남-북보다 동-서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한강을 건너기보다 강북 지역 거주자는 강북 쪽의 유흥지로, 강남지역 사람들 역시 근처의 유흥지로 주로 이동했다. 이렇다 보니 강의 남쪽 거주자들이 주로 몰리는 강남역을 지나는 지하철은 타고 내리는 승객으로 인해 지연되기 일쑤다. 이 교수는 “지난해 개통한 9호선은 동-서로 다니기 때문에 승객 분산에 일조했지만 강-남북의 분절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가 가능한 것은 2004년 도입된 스마트카드 때문이다. 이 교수는 “외국에서는 승하차 기록을 담을 수 있는 교통카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별 이동경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서울시에서 환승할인을 위해 이동경로가 저장되는 교통카드를 사용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연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이동 경로뿐으로 개인 신상정보는 전부 제거된 것이다. 최 교수는 “물리학은 21세기 들어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다루기 위해 복잡계 이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사회현상도 물리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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