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치료, 5년내 임상시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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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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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서 ‘줄기세포서울심포지엄

‘1993년 12월 26일’이라는 날짜가 하단에 찍혀 있는 동영상이 상영됐다. 한 중년 여성이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떨면서 나타나 의자로 거의 기다시피 다가간다. 그는 가까스로 의자에 앉아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한다. 무척 더디고 불안해 보인다. 이 여인은 중증 파킨슨병 환자다. 1년 뒤 장면이 나왔다. 이 여인이 안정된 자세로 걸어와 의자에 앉은 뒤 손바닥으로 무릎을 톡톡 친다. 또 장면이 바뀌어 1995년 5월. 이제 여인은 야외에서 테니스를 칠 정도로 호전됐다.

24일 연세대에서 열린 ‘제8회 줄기세포서울심포지엄’에서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커트 프리드 교수가 보여준 동영상에 사람들이 “와아아!” 하며 탄성을 질렀다.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단인 세포응용연구사업단이 주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에는 많은 국내외 줄기세포연구자들이 참석해 최신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 영상을 보여준 프리드 교수는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가 파괴된 퇴행성신경질환인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유산된 태아의 도파민 생성세포를 주사해 극적인 치료효과를 내면서 유명해진 학자다. 그는 현재 배아줄기세포(ESC)와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도파민 생성세포로 분화시킨 뒤 치료에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프리드 교수는 “환자 한 사람을 고치려면 태아 4명의 세포가 필요하다”면서 “증식력이 큰 줄기세포를 쓰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줄기세포로 만든 도파민 생성세포를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실험동물의 뇌에 넣어주자 증상이 회복됐다. 다만 일부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그는 “분화시킨 세포 덩어리에서 미분화된 줄기세포를 완벽히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되면 5년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에서 김효수 서울대 의대 교수는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골수에 들어 있는 줄기세포를 혈액으로 나오게 유도한 뒤 심장에 다다르게 해 새로운 혈관을 생성시켜 심장을 치료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뇌중풍(뇌졸중) 전문가인 미국 헨리포드병원 마이클 초프 박사는 줄기세포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하며 “우리 몸은 스스로 회복할 잠재력이 있으며 이를 깨우는 게 줄기세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성공하려면 신중해야 한다”면서 “최근 이 분야 연구 수준이 무척 높아지고 있어 조금만 더 인내하면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줄기세포 치료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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