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내 몸 실시간 체크… 효과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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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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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관리서비스 사업, 전국 3000명 시범실시 호응

《‘짜게 먹으면 몸에 해롭다’ ‘운동 안 하면 살찐다’ ‘단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올라간다’…. 모르는 사람은 없다. 늘 이성이 본능에 질 뿐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 그냥 방에 드러눕는다. 살찔 걸 알면서도 찌개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는다. 그래서 건강을 위한 ‘잔소리쟁이’가 나왔다. 체지방이 얼마나 줄었는지, 식사습관이 나쁘지는 않는지 가족처럼, 애인처럼 챙겨준다.》

○ 혈압, 체중을 실시간 전송

건강관리서비스회사 헬스맥스가 대여하는 건강측정기기. 전자혈압계, 정보를 전송하
는 리시버, 특수 만보계, USB 키, 체성분분석계(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건강관리서비스회사 헬스맥스가 대여하는 건강측정기기. 전자혈압계, 정보를 전송하 는 리시버, 특수 만보계, USB 키, 체성분분석계(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라영임 씨(59·서울 강북구)는 아침마다 전자혈압계로 혈압을 잰다. 이어 체성분분석계 위에 올라섰다. 체중계처럼 생긴 이 기계에 맨발로 올라서면 체지방량, 내장지방, 기초대사량, 근육량, 신체나이가 바로 측정된다.

하지만 이 기계는 평범한 측정기가 아니다. 나만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실시간으로 건강관리서비스센터 내 전문가의 손에 들어간다.

라 씨는 체성분분석계에 올라서면서 작은 USB메모리 키를 왼손에 쥐고, 체성분분석계 윗부분의 센서 쪽으로 향하게 했다. USB 키와 센서가 직접 닿지 않아도 된다. USB 키에는 라 씨의 현재 몸 상태가 그대로 저장된다. 이 키를 컴퓨터에 연결하면 데이터가 바로 건강관리서비스센터에 전송된다.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이어도 방법이 있다. ‘리시버’라는 기계를 달면, 측정되자마자 ‘측정 데이터를 전송했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온다. 기계를 잘 모르는 노인도 쉽게 쓸 수 있다.

외출할 때 라 씨는 특수 만보계(3D 신체활동계)를 갖고 나간다. 보통 만보계처럼 허리춤에 차는 것이 아니다. 윗옷 주머니에 넣거나, 핸드백 속에 넣어도 앞뒤 흔들림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걸은 양과 소비한 칼로리가 자동으로 측정된다. 이 만보계를 작은 판독기에 올리면 얼마나 걸었는지 건강관리서비스센터로 전송된다. 1시간 단위로, 매주 단위로 자신이 걸은 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체성분분석계-전자 혈압계 등, 가정에 월 5000원 받고 빌려줘

라 씨의 체중은 두 달 반 전만 해도 80kg이었다. 3년 전 허리가 아프고, 몸이 자꾸 부어서 병원을 찾았다. 고혈압 때문에 약을 먹었다. 그러나 라 씨의 현재 체중은 73kg. 아직 혈압약을 복용하기는 하지만 과거 139/92(최고/최저)였던 혈압이 119/85 정도로 떨어졌다. 라 씨는 “살 빼는 주사, 다이어트 약에 의존하지 않고 두 달 만에 살을 7kg이나 뺐으니 돈으로 따지면 100만 원은 넘게 절약한 셈 아니냐”고 말했다.

○ 2012년 저소득층부터 건강관리서비스

라 씨의 몸에 변화가 온 것은 건강관리서비스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올 5월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을 발의한 뒤 현재 서울 강북구, 강동구, 송파구, 경기 양평군, 대전, 전남 등 6개 지자체에서 30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바로 체계화된 ‘잔소리’ 때문. 건강관리서비스센터에 상주하는 운동사, 생활체육지도사, 영양사, 간호사가 개인별 건강상태를 계속 확인한다.

혈당이나 고혈압 수치가 계속 높은 사람에게는 전화상담을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걷는 양이 너무 부족한데 매일 1만 보는 꼭 넘기세요” “짠 음식을 조금씩 줄여보세요” 등 개인별로 다른 메시지를 전송한다. 센터로 전송된 데이터는 매달 분석된 뒤 개인에게 e메일과 우편으로 배달된다.

체지방 기초대사량 근육량 등,센터에 실시간 신체지수 전송, 운동사 등이 개인별 맞춤 처방

체성분분석계, 특수 만보계, 전자혈압계는 모두 고가지만 건강관리서비스회사 헬스맥스가 대여해 준다.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월 5000∼7000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6만5000원은 보건복지부가 바우처 형태로 지원한다. 내년에는 소득기준에 따라 8500명까지 참여자를 늘리고, 올해 안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12년부터는 20만 명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지하철역에서 만보계 대는 날 올 것”

지금은 개인별로 가정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서울 송파구를 시작으로 보건소나 지하철역에 대형 판독기계가 순차적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컴퓨터를 할 줄 모르는 고령층이 주민자치센터에 들렀다가 쉽게 자신의 몸 상태를 잰 뒤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지하철역에 대형 판독기계 설치가 늘어나면 바쁜 직장인이 퇴근길에 만보계를 ‘삑’ 하고 대기만 해도 센터에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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