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폐렴, 증세 한두가지만 나타나도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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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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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봉 씨 사망으로 본 노인폐렴의 특징과 예방

병원에 입원한 노인 폐렴 환자. 노인 폐렴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젊은 사람과는 달리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평소 금연, 개인위생 관리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병원에 입원한 노인 폐렴 환자. 노인 폐렴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젊은 사람과는 달리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평소 금연, 개인위생 관리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달 29일 원로 코미디언 백남봉 씨가 폐렴이 악화돼 별세했다. 2008년 폐암 진단을 받은 후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왔지만 최근 폐렴 증세가 악화되면서 세상과 이별한 것. 디자이너 앙드레 김도 폐렴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좀처럼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미디언 배삼룡 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망 원인도 폐렴이었다. 이처럼 폐렴은 노인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질환인 만큼 만성질환자와 65세 이상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폐렴은 여름에도 잘 걸려

폐렴은 다양한 종류의 균이 사람의 폐로 들어가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 폐렴은 추운 겨울에만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폐렴을 일으키는 균은 1년 내내 주변에 있다. 여름철 폐렴 환자도 겨울철의 50∼80%에 이른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여름 날씨로 에어컨을 많이 트는 시기엔 폐렴에 걸릴 위험이 높다. 환기가 잘 안되고 실내외 온도차가 섭씨 5∼10도에 달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이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만큼 중증 폐렴에 걸리면 사망률이 매우 높다. 2006년 국내 통계를 보면 폐렴에 의한 사망이 10만 명당 9.4명으로 전체 연령에서는 사망 원인의 10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70세 이상에서는 6위를 차지한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노인 폐렴에 의한 사망률이 젊은 사람에 비해 3∼5배 높고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의 70%가 노인 환자”라면서 “앞으로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로 인해 노인 폐렴환자와 사망자는 더욱 늘 것”이라고 말했다.

○ 단순감기로 착각하면 염증 악화

노인 폐렴에서는 고열 오한 기침 가래 등 폐렴의 특징적인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 대신 혼돈이나 무기력증, 이미 앓고 있던 다른 질환의 악화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폐렴을 단순 감기로 착각해 감기약만 먹는 경우 염증이 더욱 악화돼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38.3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고 △의식이 혼미해지고 △감기약을 먹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없고 △구토를 일으킬 정도로 심한 기침이 나오고 △호흡수가 분당 30회 이상으로 숨이 차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며 △전신 기력저하를 호소하고 △손발이나 입술이 파래지는 청색증을 보이고 △대소변을 못 가리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에는 폐렴을 의심할 수 있다. 노인들은 이 가운데 일부만 증상을 보이는 일도 허다하므로 일단 의심이 되면 신속히 병원을 방문한다.

고열-기침-가래 등 감기증세 비슷 다른 질환 악화되면 나타나기도

노인 환자의 80%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입원기간도 15일에서 길게는 30일까지로 일반 성인보다 두 배나 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요양원 거주자, 장기 신장투석자, 최근에 입원한 적이 있는 노인은 내성이 강한 폐렴이 생기기 쉬우므로 특별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어떤 폐렴이든 치료 시작 후 72시간 동안 경과를 봐서 치료 방법을 다시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65세이상 노인, 일생에 한번만 접종하면 OK

폐렴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폐렴 예방접종은 65세가 지난 노인들은 일생에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100% 폐렴에서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폐렴으로 인한 치명적인 합병증과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폐렴구균 예방백신을 접종할 경우 뇌수막염 균혈증 등 치명적인 폐렴구균질환의 9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 매년 모든 65세 이상의 성인을 폐렴구균백신 접종 대상자로 보고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성인용 백신은 23가지의 폐구균을 예방할 수 있으며 두 종류가 나와 있다.

노인은 사레가 들면 이물질이 폐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사레가 들지 않으려면 반드시 앉아서 식사하고 식후에도 앉은 자세를 유지하도록 한다. 음식을 급하게,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65세이상은 예방접종 꼭 맞아야 평소에 구강청결-환기습관 도움

폐렴 예방을 위해 일상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손 청결, 하루 6∼8시간의 적당한 수면으로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구강 내 세균이 폐로 들어가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평소 양치질 등 구강청결에도 신경 써야 한다. 실내온도는 26∼28도, 습도는 40∼50%를 유지해주고 실내외 온도차는 5도를 넘지 않도록 한다.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도록 한다. 일교차가 큰 날에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겉옷을 챙기는 습관도 필요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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