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 남부지방만 오락가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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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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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륙고기압 강하게 누르고
북태평양고기압 힘빠져 못밀고

북태평양 고기압 점차 원기회복
이달 하순부터 비오는 날 많아
태풍 2, 3개 한반도 영향줄듯

“요즘 장마기간 맞아? 올여름에는 태풍도 안 오나?”

장마철인 7월 상순까지도 장맛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휴가 일정을 잡기 어렵다”는 직장인이 많다. 회사원 강재석 씨(37)는 “예전에는 장마기간이 확실해 이를 피해 휴가를 갔지만 올해는 언제가 장마기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10일과 11일 제주와 남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렸지만 다른 지역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13일 역시 남부지방에는 장맛비가 내렸지만 중부지방은 비가 오지않고 섭씨 30도 안팎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개월(6월 11일∼7월 10일)간 전국 강수량은 108.5mm로 평년 대비 52.8%에 그쳤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 상순 전국 강수량도 39.2mm로 평년 대비 48.9%에 머물렀다. 예년보다 절반가량 비가 덜 온 셈이다. 어떤 환경적 변화가 일어났을까?

○ 북태평양고기압 “올해는 힘이 달려요”

장마전선 밑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있다. 보통 장마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의 힘에 의해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전국에 비를 뿌린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제주에서 장마가 시작된 후 장마 전선은 일시적으로 한반도 위로 올라올 뿐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자주 제주도 남쪽 해상으로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다. 중부지방에 가끔씩 내린 비는 장맛비가 아닌 대기 불안에 따른 소나기성 폭우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올해 유난히 힘이 부족해 장마전선을 북상시키지 못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김지영 연구관은 “분석결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유난히 서남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미는 힘이 약했다”며 “서남쪽으로 치우친 원인은 확실치 않다. 자연변동성(자연이 불규칙 주기로 변하는 것)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한반도 북쪽에 위치한 ‘대륙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것도 장마전선에 영향을 미쳤다. 대륙고기압이 중국 티베트 쪽에서 한반도 북쪽으로 강하게 확장하고 중국대륙의 건조한 공기를 한반도에 유입시키면서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못하게 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경기 등 중부지방의 경우 최근 기온은 높지만 습하지 않았다. 땅에 의해 데워진 대륙공기는 낮에는 덥지만 해가 지면 금방 서늘해지기 때문이다.

○ 태풍도 사라진 여름

태풍도 사라졌다. 7월 초순까지 평균 5, 6개의 태풍이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는 3월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오마이스, 12일 필리핀 마닐라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꼰선’이 전부.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하고 태풍 발생지역인 서북태평양 위에 머무르면서 생긴 현상으로 분석됐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바다에 접한 공기가 가열된다. 이때 뜨거워진 공기가 팽창하면서 수직상승기류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태풍이 발생한다. 하지만 하늘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버티고 있다 보니 상승기류가 위로 제대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태풍은 적도 밑 더운 공기를 적도 위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으로 남쪽과 북쪽 간 기온차가 크지 않은 것도 그간 ‘태풍 없는 여름’을 만든 원인이었다.

침수 피해 등을 이유로 “장맛비가 오지 않아 좋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기상전문가들은 “물 부족을 피하기 위해서는 여름철(6∼8월)에 장맛비가 충분히 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 강수량(1200∼1400mm)의 60∼70%가 여름철에 발생한다. 마른장마와 태풍 없는 날씨가 이어지면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이 크게 낮아져 겨울, 봄 가뭄 시 농사와 상수원에 큰 피해를 준다.

○ 7월 하순에는 비 많이 온다

다행히 7월 하순부터는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이 13일 발표한 1개월 기상전망 보고서(7월 21일∼8월 20일)에 따르면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시 원기를 회복하면서 7월 하순에는 평년 강수량(50∼135mm)보다 비가 더 많이 올 것으로 예측됐다. 대기 불안정에 따른 국지성 호우도 겹쳐 비 오는 날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정준석 기후예측과장은 “7월 하순 비가 많이 온 후 8월 상순에는 장마전선의 소강으로 강수량은 평년(39∼133mm) 수준을 유지하며 무더운 날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며 “태풍 2, 3개도 여름철 내에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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