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치료법이 바뀐다]‘멋쟁이’ 암환자가 회복 빨라… 화장하고 요가-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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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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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가꾸고 각종 취미생활
암 과 자연스러운 동거유도
‘건강한 투병’위해 식단 개발
정신 치료로 투병의지 복돋워

요즘 암 환자들은 즐겁고 활기찬 생활을 하며 암과 싸운다. 이 같은 환자들의 변화에 맞춰 병원도 요가, 댄스, 미술, 외모 관리 등
 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한 여성 암 환자가 요가수업에서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성모병원
요즘 암 환자들은 즐겁고 활기찬 생활을 하며 암과 싸운다. 이 같은 환자들의 변화에 맞춰 병원도 요가, 댄스, 미술, 외모 관리 등 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한 여성 암 환자가 요가수업에서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성모병원
지난해 암으로 숨진 사람은 인구 10만 명당 139.5명. 암은 여전히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다. 그러나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지난 10년간 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이 1996∼2000년 발생한 암 환자의 경우 44%였지만 2003∼2007년 발생한 암 환자는 57.1%로 나타났다.

5년 생존율은 의학적으로 완치에 가깝다. 설령 5년간 생존하지 못하더라도 바로 죽는 것도 아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완벽한 완치는 아니더라도 암 생존자(Cancer survivor)로 살아간다. 암 생존자들은 어떻게 하면 병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살까, 즉, ‘웰라이프(Well life)’를 고민한다.

병원의 의무도 달라졌다. 단순히 암세포의 크기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암 생존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를 찾아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 외모 가꾸고 댄스도 배우고

독한 항암제를 먹으면 암세포가 빨리 자라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정상세포에 부작용이 생겨 탈모를 포함한 피부질환이 나타난다. 외모에 자신감이 떨어져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할 수 없다고 토로하는 암 환자가 많다.

이런 환자들을 돕는 서비스로는 ‘메이크업 강좌’ ‘가발, 두건사용법 강좌’ 등이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암 환자의 외모관리법을 사진으로 설명한 ‘당신은 여전히 멋지고 아름답습니다’를 발간했다.

환자들의 항암의지를 돋우는 데는 ‘활력’과 ‘공감대’가 필수다. 요가, 음악, 미술, 연극, 댄스, 발마사지, 아로마요법 교실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연극교실에 꾸준히 참여하는 유방암 환자 서문선 씨(가명·51)는 “환자들이 연극에 출연해 마음에 담아둔 고민을 고백하는 시간이 있는데, 나 혼자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는 공감대가 투병의지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 입맛 돋워야 암과 잘 싸운다


암 환자들의 영양관리도 중요하다. 항암제를 투여할 때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음식을 먹지 않으면 면역력은 더 떨어지고,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 국내 암 환자 3명 중 2명이 영양실조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췌장암과 위암 환자의 83%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라는 분석도 있다. 식도암(79%), 두경부암(72%), 비소세포폐암(50∼60%) 환자도 영양상태가 좋지 않다.

암 환자들의 ‘건강한 투병’을 위해 균형 잡힌 암 환자 식단 개발이 한창이다. 이대 여성암전문병원은 건강강좌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연세암센터는 암 환자들이 집에서 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암환자 식단 가이드’를 지난해 말 출간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아예 ‘쿠킹클래스’를 열어 환자들이 직접 병원 안에서 실습을 해 보도록 한다.

○ ‘편안한 죽음’ 맞도록 돕는다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국내 말기 암 환자들은 통증(37.9%), 가족에게 주는 부담감(24.1%)을 가장 고통스러워한다. 또 한 가지의 고통이 있다.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20.7%)이다.

암 환자는 우울증에도 잘 걸린다. 암 환자의 우울증 발병률은 41%로 일반인의 5.6배 수준이다. 따라서 암 환자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성모병원은 1987년 국내 처음으로 호스피스과를 신설한 후 현재 16병상을 갖춘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9월에는 완화의학도 도입했다. 적극적인 암 치료에 매달리지 않고, 환자의 통증을 줄이면서 고통을 완화하는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목표다.

스트레스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도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가톨릭암병원에 입원한 모든 환자는 자신의 심리가 어떤 상태인지를 검사받아야 한다. 검사 결과 환자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심리사회 영적지지위원회’가 나선다. 외과 종양내과 정신과 전문의, 암전문간호사가 활동하는 이 위원회는 환자가 홀로 괴로워하지 않도록 다양한 정신과적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인 이재철 신부는 “환자가 남은 삶을 최대한 품위 있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행복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의료진뿐 아니라 신부와 자원봉사자가 돕는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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