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 치료비 수백만원 “숨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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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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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약물치료만 급여대상
양 압술 등 필요한 환자 90%
보험적용안돼 치료 주저

당국 “재원 태부족 확대 곤란”
의료계 “방치땐 비용 더 들어”

코를 심하게 골아 최근 수면클리닉을 찾은 김남호 씨(42)는 비싼 진료비에 놀랐다. 우선 1박 2일 동안 병원에 머물며 수면 상태를 확인하는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데 60만 원이 들었다. 수면다원검사는 시간당 호흡이 멈추는 횟수, 수면 자세의 변화 등을 확인해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하는 검사다.

하지만 의사는 김 씨의 상태가 심각해 수술 한 번으로는 개선이 어렵다며 양압술 기기를 이용할 것을 권했다. 양압술 기기는 공기를 불어넣어 좁아진 기도를 확장한다. 수술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50만 원 안팎이 들지만 양압술 치료는 비급여 대상이다. 집에서 잠을 잘 때 양압술 기기를 사용하려면 종류에 따라 200만∼300만 원이 든다. 김 씨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치료를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수면무호흡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무호흡증은 체내 산소 농도를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이상훈 코모키이비인후과 원장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앓는 환자의 좁아진 숨구멍을 넓히는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코모키이비인후과
수면무호흡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무호흡증은 체내 산소 농도를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이상훈 코모키이비인후과 원장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앓는 환자의 좁아진 숨구멍을 넓히는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코모키이비인후과
○ “코골이와 다른 심각한 질환”

수면무호흡은 급여를 적용해야 할 심각한 질환일까 아닐까.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기도가 좁아져 코를 골고 호흡이 끊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자주 깨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증상이 코골이와 비슷해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수면무호흡증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원인 질환’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체내 산소 농도를 떨어뜨리고 뇌혈류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동맥경화증, 고혈압, 뇌중풍(뇌졸중), 심근경색증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2배 높다. 뇌중풍으로 사망할 확률도 2, 3배 증가한다. 최근에는 수면장애로 각종 대사성질환이 발생해 수명이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국내 수면무호흡증의 유병률은 남자 4.5%, 여자 3.2%이다. 환자는 2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08년 1만6587명, 2009년 1만8530명이다. 신홍범 코모키수면센터 원장은 “수면무호흡증은 증상이 가벼우면 수술을 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양압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환자들이 병원을 찾았다가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검사에 보험 적용해야” vs “모든 코골이 환자 검사 어렵다”

건강보험 급여기준에 따르면 수면다원검사상 호흡곤란지수(RDI·시간당 호흡곤란 횟수에 따른 측정 지표)가 15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한다. 또한 호흡곤란지수가 5 이상이면서 불면증, 주간 졸음, 인지기능 감소, 기분장애, 고혈압, 빈혈성 심장질환, 뇌중풍을 동반하면 수면무호흡증에 해당한다. 이때 약물 치료와 외과적 수술은 급여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을 진단하는 수면다원검사와 근육병 환자를 제외한 환자의 양압술 치료는 비급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기준부는 “모든 코골이 환자에게 수면다원검사를 하고 보험을 적용할 경우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며 “우선 진단이 아닌 수술에만 급여 적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지 않고 치료해야 의료비용이 적게 든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 연구팀이 55세 수면무호흡증 환자 1명이 14년간 생존한다고 할 때 양압술 치료를 받은 환자와 받지 않은 환자의 합병증 치료비용을 비교했다. 뇌혈관질환 치료비용, 교통사고 관련 손실을 합해 보니 양압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가 1인당 200만 원가량이 더 들었다. 수면무호흡증 치료비용보다 합병증 치료비용이 많다는 얘기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수면학회 부회장)는 “수면무호흡증 환자 가운데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10%에 불과하다”며 “수면무호흡증이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양압술 치료에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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