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정자멸종의 시대…인류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0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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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정자 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 못지않은 인류의 멸망 원인이 될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 스카케백 박사는 최근 남성의 정자 수 감소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뒤 이 같이 밝혔다.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불임 남성이 늘어나면서 생식 능력을 보유한 남성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10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생식 능력이 활발한 18~25세 젊은 남성 실험 대상자 가운데 20%가량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수의 정자를 생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충족하는 정상 수준의 정자 비율을 가진 비율은 5~15%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특히 최근엔 남성의 불임 문제가 이미 태아일 때부터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주요 원인도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불임 원인에서 남성의 생식 문제에 기인하는 경우가 40%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미들랜드 임신 연구소의 질리언 락우드 박사는 정자의 생산이 사춘기에 시작되지만 실질적인 준비 과정은 태어나기 전후에 이미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락우드 박사는 "남성의 정자 수가 계속 줄고 있는데 태아일 때 근본적인 문제가 시작된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여성이 임신 중 소고기를 많이 먹으면 유해 화학물질인 다환상방향족탄화수소(PAHs)의 섭취가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 물질은 임신부가 담배, 살충제, 매연, 플라스틱에 노출되거나 콩을 먹었을 때에도 체내에 흡수된다.

PAHs는 임신부의 몸에 영향을 끼쳐 남자 태아의 향후 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태아의 고환 생성이 임신 6개월 이내에 거의 완료되는데 이 기간 중 PAHs 등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향후 사춘기가 돼도 생식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문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도 정자 수가 부족한 47세의 남성 사례를 소개했다. 원인을 추적한 결과 그의 어머니가 임신 기간 중 탈리도마이드를 장기 복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탈리도마이드는 임신부들에게 진정제로 자주 처방된 약이었으나 1962년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금지됐다. 이 남성의 남동생은 탈리도아미드가 금지된 뒤 태어났으며 정자 수가 정상이었다.

이 때문에 탈리도마이드가 1962년 이전까지 임신부들에게 영향을 끼쳐 당시 낳은 남자 아이들이 불임이 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화학물질이 임신부와 태아에 영향을 끼쳐 남성의 정자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해 물질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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