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산다, 응급 상식]<3>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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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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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푹 적신 수건은 최고의 ‘방독면’
소방대 오는시간 ‘15분’ 버틸수 있어

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서울 중구 충무로 대연각 호텔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1층 커피숍 주방에서 프로판 가스통이 터졌던 것. 불은 바람을 타고 꼭대기층인 21층까지 올라갔다. 객실 문과 비상구에도 불이 붙자, 투숙객들은 그대로 갇혀버렸다. 구조대가 10시간 뒤 불길을 잡았을 때, 이미 163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하거나 침대시트에 몸을 의지한 채 뛰어내리다 추락사했다.

당시 TV로 이 사건을 지켜본 사람들은 발코니에서 구조대를 향해 손을 흔들던 주한 대만대사관 외교관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외교관은 11층 객실에서 10시간을 버틴 끝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전문가들은 “위셴룽(余先榮) 공사의 행동은 매우 적절했다”고 말한다.

위 공사는 일단 물을 틀어 수건과 담요를 적셨다. 입과 코를 젖은 수건으로 계속 막았던 것. 불길이 닿는 출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대피했으며 신선한 공기를 계속 마시기 위해 발코니 문을 활짝 열었다.

건물 내 화재가 난 경우 소방대원이 진입하는 시간은 평균 15분 내외다. 그러나 이때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사망한 경우가 많다. 불에 덴 화상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흥분한 상태에서 거칠게 숨을 내쉬다가 유독가스를 많이 마시거나 질식으로 사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에 푹 적신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으면 방독면 역할을 한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인간은 3∼5분이면 정신을 잃지만, 이렇게 하면 15분 이상 버틸 수 있다. 수건이 없다면 속옷을 벗고, 물이 없다면 소변으로라도 적셔야 한다.

연기가 들어오는 발원지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문틈으로 유독가스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방 구석진 곳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좋다. 창문이 있으면 활짝 연다. 문을 여는 순간 산소가 공급돼 불길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창문 여는 것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산소 부족으로 정신을 잃을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야 한다.

절대 서 있으면 안 된다. 화재로 일산화탄소가 많이 생기는데, 일산화탄소를 많이 함유한 공기는 뜨거워 위로 올라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기와 열기도 위로 올라간다. 화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몸은 최대한 낮춘 채 이동해야 한다.

(도움말: 표창해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응급의학과장)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화재 발생 시 행동


-물에 적신 손수건이나 속옷으로 코와 입을 막는다.
-불에서 가장 먼 구석진 곳으로 가서 몸을 낮춘다.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도록 한다.
-일어서면 안 된다. 낮은 자세를 취하고 오리걸음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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