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연구, 조건없이 지원해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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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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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연구단협의회 현택환 회장

신임 창의연구단협의회장에 취임한 현택환 서울대 교수는 “시대가 흐르면서 불합리해진 제도를 개선해 창의연구단이 독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사진작가 현진 씨
신임 창의연구단협의회장에 취임한 현택환 서울대 교수는 “시대가 흐르면서 불합리해진 제도를 개선해 창의연구단이 독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사진작가 현진 씨
한국에서 가장 독창적인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로 ‘창의연구단’이 꼽힌다. 1997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했으며 최대 9년 동안 매년 평균 7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최근 창의연구단협의회장으로 뽑힌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46)를 만났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창의연구단 성과전시회’ 준비로 바쁜 현 교수는 “지금은 조건 없는 연구비 지원이 꼭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현 교수는 2월 초 서울대 첫 중견 석좌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창의연구단은 처음엔 파격적인 제도였어요. 그러나 요즘엔 우수한 연구자들이 지원을 다소 꺼리고 있어요.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 때문이죠. 47개 창의연구단이 더 좋은 환경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습니다.”

초창기에는 창의연구단에 선정되면 과학자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현 교수는 “창의연구단 과학자들은 이직할 때나 신규 과제에 공모할 때 적용받는 규정이 다소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창의 연구비로 마련한 연구 장비는 소속 기관이 소유합니다. 이 때문에 소속 기관을 옮긴 과학자들은 속앓이를 많이 해요. 이직이 자유로워야 대학이나 연구소가 좋은 과학자를 확보하기 위해 더 나은 대우를 해줄 겁니다.”

문제는 또 있다. 창의연구단에 응모하려면 선정 시점을 기준으로 1년 이상 진행되는 다른 연구과제가 없어야 한다. 확실하지 않은 창의연구단에 지원하기 위해 다른 과제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현 교수는 “연구비 상한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며 “기존 연구비가 3억 원이면 그 과제가 끝날 때까지 창의연구단에서는 그만큼을 뺀 연구비만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처, 사이언스, 셀 같은 세계 최정상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국내 연구자의 3분의 1 이상이 창의연구단이에요.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과학 위상이 높아지는 데 창의연구단이 큰 몫을 했죠. 뛰어난 연구자들이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야 더 ‘창의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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