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초음파부터 심장수술까지 ‘3차원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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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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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조영기기 발달로 대중화
“진단 정확하고 환자에 설명쉬워”
CT 방사선 투사량도 80% 감소

“여기를 잘 보세요. 여기 종양이 조그맣게 있는 게 보이시죠.” 의사가 사진을 보며 열심히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도 환자는 헷갈린다.

최근 의료 분야에 3차원(3D) 기술이 나날이 진보하면서 설명을 하는 의사도, 듣는 환자도 한결 편해졌다. 3D 기술은 2차원적으로 찍은 평면 사진과는 달리 신체 장기의 좌우 모습과 두께까지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3D 기술은 5년 전만 해도 몇몇 종합병원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소병원이나 개인병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3D 해상도도 높아졌다. 두개골을 찍으면 환자의 머리 형태와 굴곡, 광대뼈 생김새까지 입체적으로 나온다. 영상은 총천연색까지는 아니지만 색상도 다양해졌다.

○ ‘누구 닮았나’ 낳기 전에 알 수 있어

3D 기술은 3, 4년 전부터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기존의 초음파 사진은 의사가 설명해줘도 일반인의 눈에는 태아의 머리 부분만 명확하게 볼 수 있을 뿐 손발이나 몸통의 생김새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아이가 웅크리고 있으면 더욱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3D 초음파가 도입되면서 과거 2차원 흑백사진으로는 잡아낼 수 없었던 구순구개열(언청이)인지도 알 수 있다. 부모에게 미리 알려줘 아기가 태어난 뒤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시킬 수 있게 됐다.

기존의 2D 컴퓨터단층촬영(CT·위쪽) 사진에서는 심장의 형태와 혈관이 희미하게 나와 환자가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3D CT로 찍은 심장 사진(가운데)은 심장의 전체적인 형태를 입체적으로 보여줘 환자도 알아볼 수 있다. 심장 주변을 3D로 찍은 아래쪽 사진에서 심장(왼쪽 둥근 부분), 심장과 연결된 관상동맥 혈관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 필립스 헬스케어·세종병원
기존의 2D 컴퓨터단층촬영(CT·위쪽) 사진에서는 심장의 형태와 혈관이 희미하게 나와 환자가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3D CT로 찍은 심장 사진(가운데)은 심장의 전체적인 형태를 입체적으로 보여줘 환자도 알아볼 수 있다. 심장 주변을 3D로 찍은 아래쪽 사진에서 심장(왼쪽 둥근 부분), 심장과 연결된 관상동맥 혈관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 필립스 헬스케어·세종병원
부모들은 ‘아이의 표정까지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3D의 등장을 환영했다. 3D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아이의 코가 누구를 더 닮았는지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성형외과도 3D 영상에 관심이 많다. 턱 대칭이 어느 정도인지, 안면윤곽이 어떤 상태인지 환자에게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3D 컴퓨터단층촬영(CT)을 도입하는 성형외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3D 기술로 심장·혈관이 생생하게 보여

최근 3D 기술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관상동맥 질환이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피를 보내주는 혈관을 말하는데 지름이 1.5∼4mm밖에 안 된다. 3D를 이용한 영상기기가 발전하면서 혈관의 어느 쪽이 더 막혔는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상세하게 볼 수 있다. 김양민 세종병원 영상의학과 과장은 “영상 판독이 과거보다 쉬워졌고 병을 키우기 전에 환자에게 빨리 알려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환자도 3D 사진을 보면 의료진의 설명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호응도가 높다.

조영제를 적게 쓰는 점도 환자에게 환영받고 있다. 조영제는 CT 촬영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할 때 조직이나 혈관을 잘 볼 수 있도록 영상의 대조도를 높여주는 약품이다. 혈관이나 항문 등에 주사로 놓거나 먹는다. 조영제는 시간이 지나면 소변 등의 형태로 몸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건강에 큰 문제는 없지만 토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거나 머리가 아픈 경우가 있었다. 3D 영상기기는 해상도가 높고 촬영 시간이 3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조영제를 조금만 투여해도 된다.

○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 적어

3D CT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줄이려는 노력도 있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울산대병원, 중앙대병원 등이 들여놓은 ‘브릴리언스iCT’는 환자의 심장운동을 미리 예측해 찍는 순간에만 방사선이 나온다. 계속 방사선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1, 2초 동안만 나와 기존보다 방사선 투사량이 80% 정도 줄어든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3D 영상기기로 찍을 필요는 없다. CT의 경우 촬영 비용이 촬영 부위에 따라 10만∼50만 원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의료진이 의심증상이 있다고 볼 때 권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건강하고 크게 의심사항이 없는 사람까지 비용을 감수하면서 찍을 필요는 없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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