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온실가스 ‘SF6’ 국내 농도 상승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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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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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위도 국가보다 최고 0.22ppt 높아… 온실효과 이산화탄소의 2만2000배

반도체 생산 공정때 많이 사용
한번 배출되면 3200년간 존속

충남 태안군 안면읍 안면도에 위치한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에서는 최근 지난해 대기 구성 물질에 대한 분석을 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육불화황(SF6)’의 농도가 비슷한 위도의 다른 국가들보다 높게 측정된 것. 한반도의 지난해 12월 SF6 농도는 6.97ppt로 이탈리아, 미국 중부, 덴마크 등보다 0.14∼0.22ppt 높았다. 한 해 평균 증가량도 0.5ppt에 달해 0.3∼0.4ppt 수준인 세 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pt는 1조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다.

○ 육불화황, 시간 지날수록 영향 커

기상청이 육불화황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기체가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주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대기 중 육불화황의 양은 이산화탄소의 1% 미만으로 매우 적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지수(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1로 봤을 때 같은 양의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이산화탄소보다 평균 2만2000배 높다. 한 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최대 3200년까지 남아 지구를 덥힌다. 이산화탄소의 수명은 200년 정도다. 게다가 육불화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온난화 기여도가 높아진다. 구태영 기후변화감시센터 연구사는 “배출된 지 20년 된 육불화황의 온난화지수는 이산화탄소의 1만6300배에 불과하지만 500년이 지나면 3만2600배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양은 적지만 온난화지수나 수명을 감안하면 매우 강력한 온난화물질”이라고 말했다.

이 육불화황은 전기를 통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도 다량 사용된다. 전기전자 산업이 발달한 한국 특성상 다른 나라에 비해 육불화황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감시센터는 2007년부터 정확한 육불화황 배출량을 파악하기 위해 지역별로 발생량을 측정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 ‘더운 지구’ 앞당기는 무서운 기체들

대기 중에 포함된 농도가 적어 관심이 덜하지만 지구온난화를 앞당기는 물질은 육불화황뿐만이 아니다.

사불화탄소(CF₄)는 온난화지수가 7300 정도로 육불화황보다 작지만 수명은 10배가 넘는 5만 년 이상이다. 알루미늄을 생산할 때 주로 발생하며 자연적으로 생성되기도 한다. 현재 대기에 존재하는 사불화황의 약 50%는 자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물질의 발생량을 기록하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은 1997년 이후 이 기체의 증가량을 집계하지 않아 현재는 정확한 증감 정도를 알 수 없는 상태다.

1990년대까지 에어컨 냉매나 스프레이 등에 사용되다가 지구온난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퇴출된 ‘프레온가스(CFC)’ 대신 최근 사용되는 물질은 수소불화탄소(HFC)다. 온난화지수는 프레온가스(1만6000배)에 비해 크게 낮은 400∼6000 수준이지만 양이 급속하게 늘어 문제다. 1998년 이후 현재까지 이산화탄소 양이 13% 증가하는 동안 HFC는 최대 349% 늘었다.

메탄가스나 아산화질소도 지구온난화에 일조하고 있다. 메탄은 가축들의 배설물에서 많이 발생하고 아산화질소는 화학비료를 많이 쓴 토양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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