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단체헌혈이 줄어들면서 병원들이 혈액 재고량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보통 심장병 수술을 할 때 350mL짜리 혈액팩이 5∼10개 필요하다. 중소병원들은 대량으로 혈액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자기 혈액량을 인위적으로 늘린 뒤 수술을 받는 ‘무수혈 수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무수혈 수술이 발전하게 된 계기는 남의 피를 수혈받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종교를 믿는 환자들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는 혈액 가격이 매우 비싸 병원들이 무수혈 수술을 시행하는 사례가 많다. 안전성 검사를 위해 수혈 선별검사를 강화했는데 이 때문에 적혈구 한 단위에 80만 원이 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약 20개 병원에서 무수혈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누구나 무수혈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술을 받기 전 빈혈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종현 세종병원 마취과 과장은 “빈혈 증상이 있는 환자가 수술을 받게 되면 위험할 수 있다”며 “빈혈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먹는 철분제나 주사를 맞은 뒤 수술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조혈호르몬(EPO)을 투여해 적혈구를 증가시키는 방법도 많이 쓴다.
무수혈 수술이 시작되면 환자의 몸에서 나온 피를 다시 거르고 세척한 뒤 다시 주입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수술 직전 환자의 혈액을 보관했다가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다시 주입하는 ‘급성 동량성 혈액 희석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
세종병원이 지난 10년간 무수혈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 102명을 분석한 결과 출혈이나 빈혈로 사망한 사례는 없었다. 수술 환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경우는 생후 2개월이었으며 최고령은 78세 여자 환자였다. 수술 전 철분제를 투여 받은 기간은 평균 6.8일이었다. 이 과장은 “국내에서는 아직 무수혈 수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지만 앞으로 서양처럼 혈액가격이 폭등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혈액 재고량 감소의 대비책으로 꾸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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