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컴퓨터가 이상 발견… 발사체 자체 결함은 없는 듯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15분



비상 걸린 지휘센터 19일 나로호 발사가 중지된 직후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 안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와 러시아 기술진 등이 나로호 중계 모니터를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고흥=이훈구 기자
비상 걸린 지휘센터 19일 나로호 발사가 중지된 직후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 안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와 러시아 기술진 등이 나로호 중계 모니터를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고흥=이훈구 기자
연료 완전배출 최소 3일
다시 조립동으로 옮기면

26일 이후로 연기될 수도

■ 원인과 대책
나로호가 카운트다운 도중 갑작스레 발사 중지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자동 발사 시퀀스 진행과정에서 발사체 밸브들을 작동시키는 헬륨 고압탱크의 압력이 떨어지면서 밸브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목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나로호 발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해 많은 성원을 보내 준 국민께 송구스럽다”면서 “발사 중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다음 발사는 꼭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 자동 점검과정에서 오류 발견
나로호는 발사 15분 전 자체적으로 컴퓨터가 각 부분을 점검하며 자동으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나로호에 주입된 등유 및 액체산소가 들어있는 연료탱크와 1단 엔진, 각종 전자장치 등의 점검이 이뤄지게 된다. 문제는 순차적으로 점검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로켓의 밸브를 조절하는 헬륨 고압탱크에서 압력이 떨어진 것이 발견됐다.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하면 자동 시퀀스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시스템 스스로 즉각 발사를 중지하도록 설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 중지는 그 원인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남기 때문에 해결도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예상한다. 비행기 블랙박스처럼 나로호 발사 전 과정에 걸쳐 연료 압력, 온도 등 다양한 수치가 메인컴퓨터에 기록되기 때문에 문제점이 바로 확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대체로 발사체 구조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아 발사가 무기한 연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창덕 한국항공우주학회 부회장(조선대 항공우주공학과)은 “사전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 발사체 구조에 결함이 있는 심각한 문제는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프로그램에서 확인된 오류가 고압탱크의 구조적 결함에서 온 것일 경우 나로호를 다시 조립동으로 옮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한 우주전문가는 “400기압 정도로 유지돼야 하는 고압탱크의 압력이 정상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발사 도중 엔진에 무리가 가거나 연료가 역류해 폭발하는 수도 있다”며 “시간을 갖고 좀 더 근본적인 부분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우연은 발사 전날인 18일 연료를 주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리허설을 실시했지만, 실제 연료가 주입된 뒤 발사 직전에 벌어진 이번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 조립동으로 옮기면 발사 연기 장기화
나로우주센터는 나로호 발사가 중단되자 즉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한국과 러시아 기술진은 비행기술위원회를 구성하고 발사 중단 원인을 분석한 뒤 다시 발사 날짜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와 항우연은 “이번 발사 중지는 발사 실패가 아니라 연기”라고 거듭 강조하며 재발사가 곧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한-러 공동 기술진의 분석 결과에 따라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면 수일 안에 다시 발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로호에 주입돼 있던 액체산소와 연료를 전부 빼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문제점을 확인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잔류 연료를 빼내고 다시 재충전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까지는 최소 3일이 걸린다. 이르면 23일 발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한-러 기술진의 분석 결과에 따라 발사는 예비일로 설정된 이달 26일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발사 연기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정주 항우연 발사체체계사업단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심각하면 나로호를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조립동으로 옮겨 정밀조사할 수도 있다”고 밝혀 발사 연기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또 나로호 발사에 대비해 국제해사기구와 국제민간항공기구에 발사일로 통보한 기간이 26일까지여서 발사는 상당기간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사일정을 새로 잡으려면 9월 중 날씨와 우주환경, 국제기구 통보 기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로우주센터(고흥)=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