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약 “햇빛 좀 가려줘!”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서보배 씨(26·서울 관악구)는 최근 눈이 따끔거려 안과를 찾았다. 의사는 급성 세균감염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안약을 처방해 줬다. 처음 이틀 정도는 약효를 보는 듯했다. 따끔거리는 증상이 약화된 듯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부터 증상은 악화됐다. 안약을 넣으면 오히려 더 따끔거렸다. 약물을 적게 사용해서 그런가 하고 안약을 몇 차례 더 넣었다. 그러나 증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서 씨는 가까운 약국을 찾아 이유를 물었다. 약사는 “안약을 더운 데에 두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때서야 서 씨는 안약을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창문 옆에 3일 동안 놓아둔 사실을 떠올렸다. 안약이 상한 것이다.》

혈압-천식약 등 직사광선 쬐면 주성분 분해

당뇨약 먹은 뒤 자외선 노출 땐 피부발진도

여름철에는 음식만 상하는 게 아니다. 약도 상한다. 서 씨처럼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더운 곳에 약을 보관하면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자주 발생한다.○ 약에 따라 보관법 제각각

대부분의 약은 습기, 직사광선, 열에 영향을 받기 쉬우므로 마개를 잘 닫아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서늘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직사광선이나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약의 성분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법과 용량을 지켜 복용하는 것만큼 약을 올바르게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사광선에 의해 쉽게 약의 주성분이 분해되기도 한다. 고려은단 등 아스코르빈산 정제, 딜라트렌 정(종근당) 등 혈압강하제, 자디텐시럽(한국노바티스) 등 천식약이 이런 경우다. 조제된 항생제 시럽은 높은 온도에서 약의 성분이 분해된다. 이런 약들은 냉장고에 보관하고 유통기간이 경과됐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옵타낙점안액(삼일제약) 등 안약, 마야칼식나잘스프레이(한국노바티스) 등 뼈엉성증(골다공증) 약 등도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한다.

모든 약을 어둡고 찬 냉장고에 보관하는 건 옳지 않다. 약에 따라 이런 보관법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천식을 치료하는 흡입제는 얼거나 온도가 너무 차면 오히려 약효가 떨어진다. 안약도 차갑게 보관하려다 자칫 얼게 되면 쓸 수 없어진다. 따라서 약효를 최대화하고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제품 포장이나 설명서에 적힌 보관방법을 확인하고 언제라도 찾아볼 수 있도록 설명서를 반드시 보관하는 게 좋다. 설명서가 없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온라인 복약정보방’(medication.kfda.go.kr) 홈페이지에서 제품명을 검색하면 보관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 여름에는 광과민 반응 주의해야

여름철에는 평소 먹던 약을 별 생각 없이 먹고 햇빛이 강한 야외로 나갔다가 예상치 못한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어떤 약들은 복용한 후 자외선에 노출될 때 피부에 발진이나 화상, 물집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광과민 반응이라고 한다.

광과민 반응에는 크게 광독성 반응과 광알레르기 반응 등 두 종류가 있다. 광독성 반응은 약의 분자가 특정 자외선의 파장을 흡수한 뒤 주변의 피부 조직을 손상시키는 것. 대개 약을 처음 복용하고 햇빛에 노출된 지 24시간 안에 노출된 피부 부위가 빨갛게 변하고 통증이 수반되는 화상 증세로 나타난다. 광알레르기 반응은 피부에 직접 바르는 약이나 제품이 자외선을 만났을 때 피부의 단백질과 합쳐져 일으키는 알레르기성 발진을 말한다. 햇빛에 노출된 후 1∼10일 뒤 발진 증상이 일어나며, 나중에 다시 햇빛에 노출되면 24∼48시간 안에 또 증상이 나타난다.

광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약 가운데는 항생제, 항류머티스약, 소염진통제, 고혈압약, 당뇨병약 등 일상적이고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게 많다. 따라서 평소 부작용 없이 복용하던 약이라고 해도 광과민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없는지 약에 첨부된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주의해야 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지현 인턴기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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