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 25시]성형부작용 무관심은 수술 안되나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21세의 K 씨(여·서울 성동구)는 얼굴을 바꾸고 싶었다. 2001년 3월 그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 앞뒤를 째고 쌍꺼풀을 만들었다. 콧대를 높이고 양쪽 볼과 윗입술에 있던 흉터도 제거했다. 수술은 잘되지 않았다. 눈 앞뒤 쪽과 쌍꺼풀 라인에 큰 흉터가 남아 보기 흉할 정도로 망가졌다.

요즘 주변에서 이런 사연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성형수술 부작용은 흔하다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후유증이 심각하다.

마취의사 없이 ‘대담한’ 수술

요즘 성형수술은 질보다는 양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인 병·의원들이 마취사고라는 위험을 안고도 마취의사를 고용하는 대신 수술 단가를 낮춰 고객을 유치하려고 한다.

상당수 성형외과는 ‘마취 전문의를 상주시키지 않아 마취사고가 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마취의사를 고용하지 않는다. 마취의사를 고용하는 비용보다 사고가 났을 때 배상해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마취사고로 사망자가 생기면 병·의원은 대개 1억5000만∼2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한다. 법무법인 서로에 따르면 사망했을 때보다 식물인간이 됐을 때 배상액이 더 커진다. 그러나 드물게 일어나는 일인 만큼 병·의원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 성형외과들은 새로운 시술을 도입하는 데는 적극적이다. ‘힙업 성형’ ‘퀵성형’ ‘종아리 성형’ 등 신기술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기술이 쏟아지는 만큼 부작용 대비책은 있는 것 같지 않다. 2007년 날씬한 종아리를 원한 최모 씨는 ‘종아리근육 퇴축술’을 받은 뒤 복숭아뼈 밑부분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다 자기와 비슷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최 씨는 피해자를 모아 공동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해 가을, 법원이 해당 의원에 “피해자들에게 총 1억여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성형·피부미용 시술은 우리나라가 자랑할 만한 의료서비스로 성장했다. 정부가 의료관광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는 시술 가운데 성형·피부미용은 늘 선두를 지키고 있다.

보건당국 실태파악도 못해

그러나 정부는 ‘성형·피부미용 강국’이라는 브랜드만 앞세웠지 이에 따르는 부작용 문제에는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성형·피부미용 시술 후 심한 부작용에 시달린다든지, 사각턱을 깎으려고 전신마취를 했다가 사망했다는 얘기가 자주 언론에 등장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자주 일어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성형·피부미용 시술자 수백 명, 수천 명 중 한 명이 부작용을 겪는다고 해서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불행하게도 나 자신이 그 한 명의 피해 당사자가 된다면 어쩌겠나. 끔찍한 일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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