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울고 난 뒤엔 5분 정도 냉찜질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눈두덩에 올렸다 뗐다 3,4회 반복… 눈주위뼈 마사지도 도움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눈물나는 장면’을 수집하러 다닌다. 직장인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인 ‘옵티미스트’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다. 채 교수는 “10년 넘게 스트레스 관리 강의를 하러 다녔는데 결국 눈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감정을 움직이는 눈물

채 교수의 연구 주제는 ‘레질리언스(Resilience)’이다. 탄력, 탄성, 복원력, 회복력을 뜻하는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아 몸과 마음도 위축된 사람이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를 연구한다.

채 교수는 “처음부터 ‘눈물’을 찾아다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이성적 방법을 제안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두 번째로 ‘웃음’을 찾았다. 웃음은 상처 치유에 도움되고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웃음치료는 상당히 널리 알려진 대체 치료법 중 하나다.

그러나 웃음도 뭔가 부족했다. 그보다 더 감정을 움직이는 것을 찾아야 했다. 그는 “귀착지는 눈물이었다”고 말했다. 생각과 행동이 바뀌려면 감동이 필요하고 감동에는 눈물이 뒤따른다. 채 교수는 그때부터 코끝이 찡한 장면을 모으기 시작했다.

○ 울어도 괜찮은 곳을 찾아라

사실 어디 가서 눈물을 흘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고 되도록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 게 좋다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울더라도 집에서, 숨어서 운다. 한두살 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얼굴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기분이 어떤지 좀처럼 내보이지 않는 무표정으로 굳어간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을 때는 눈물을 흘려도 되는 환경을 찾아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울음방’을 만들어 울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사업도 있다. 주위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곳은 종교적인 장소다. 교회, 성당, 절 등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 않다.

채 교수가 코끝이 찡한 장면을 모으는 것은 강의를 듣는 사람에게 울어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다. 슬픈 영화, 슬픈 소설을 읽으면 눈물이 나지만 실제 사례만큼 눈물을 자아내는 것도 없다. 뇌성마비 아들과 70세가 넘은 아버지의 철인3종 경기 도전, 팔다리가 없는 앨리슨 래퍼의 인생 스토리 등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다. 그들도 이겨내는데 나도 이겨낼 수 있다”라는 힘을 얻는다.

술을 마시고 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술기운을 빌려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제대로 울 수 있으면 더 좋다.

○ 눈물에 대한 태도를 바꿔라

사람들은 눈물을 ‘부끄러운 것’이라고 치부해버린다. 나약함과 패배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눈물은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진화의 산물이다. 동물 중에서 인간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이 고등동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눈물에 대한 태도부터 바꿔야 실컷 눈물을 흘릴 수 있다. 남들이 이상하게 보더라도 나 자신만큼은 내 눈물을 이상하게 보지 말아야 한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와 균형이 잘 갖추어진 인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채 교수는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불행하다. 결과적으로 즐겁게 잘사는 데 필요한 것은 인간관계”며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이성보다 감성”이라고 말했다.

내 눈물은 내가 인간이라는 증거다. 따라서 울 때는 제대로 울어야 한다. 남에게 보이기 싫다고 숨어서 울면 머리가 아프고 울고 난 뒤 힘도 빠진다. 될 수 있으면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울고, 울더라도 제대로 울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 울고 난 후 냉찜질 효과적

울고 난 후 뒤처리가 귀찮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알은 충혈되고 눈 주위가 부어올라 보기 흉하다. 창피하기도 하다. 부기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은 울 때 눈을 손으로 자극하지 않고 울고 난 후 냉찜질을 하는 것이다.

울고 나서 눈이 붓는 것은 눈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눈을 비비는 습관 때문이다. 피부 밑 모세혈관에 있는 조직액은 눈을 비비는 자극으로 인해 대량으로 배어 나와 눈 주위를 붓게 만든다. 조정곤 예본안과 원장은 “평상시 조직액은 대부분 림프관에 흡수되거나 모세혈관 속으로 들어가 피부에 괴지 않는다. 그러나 눈물이 나면서 손으로 자극을 주면 평상시보다 조직액이 많이 분비돼 붓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눈꺼풀은 다른 피부에 비해 얇아 조금만 조직액이 배어 나와도 두드러져 보인다.

울고 나서 눈이 부었을 때는 냉찜질이 효과적이다. 비닐봉지에 얼음을 소량 넣고 수건이나 헝겊을 이용해 얼음이 눈에 닿지 않도록 싸서 5분 정도 눈두덩에 올려 놓았다가 떼어낸다. 3, 4회 반복하고 눈 주위 뼈를 중심으로 원을 돌려가면서 마사지하는 것도 좋다. 찜질을 하면서 눈을 두드리거나 비비는 것은 오히려 부은 눈을 더 자극할 수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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