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고마운 내 손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옷 단추를 채울 때, 젓가락질을 할 때,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일 때 필요한 것. 바로 손이다. 손은 아침에 눈을 뜬 후 잠자리에 들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사용하는 인체 부위다.

손은 작지만 복잡하다. 손가락, 손바닥, 손목 등 총 27개의 뼈로 이뤄져 있다. 양손을 합치면 총 54개로 몸 전체를 이루는 뼈의 4분의 1 정도가 손에 집중돼 있다. 손은 신경, 힘줄, 혈관과 함께 섬세한 조화를 이루며 정교한 작업을 수행한다.

손의 역사는 진화의 역사다. 인류 문명은 손을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인류가 처음 불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손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는 손에 이 잡는다’ ‘손이 많으면 일도 쉽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손은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또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켜는 예술활동도 손이 있기에 가능하다.

우리 민족이 젓가락질을 통해 손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뇌가 발달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유임주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팀은 20대 초반 대학농구 선수 19명과 일반 대학생 20명을 대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실시한 결과 손의 움직임이 많은 농구선수가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을 관장하는 소뇌 일부분이 14%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처럼 손으로 악기를 다루는 음악가의 소뇌가 더 발달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손의 발달은 두뇌 용량의 증가를 가져왔고, 두뇌 용량의 증가는 지적인 사고 능력을 키워왔다. 손이 있어서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의문을 제시하고 풀어나가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어린아이는 손으로 물건을 잡으면서 사물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손은 육체노동과 지적능력 발달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손은 미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 ‘손가락이 길면 재주가 많다’ ‘손이 예쁜 사람은 복도 많다’는 속담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손에 대한 미적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손이 예쁜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는 사람도 많다.

그뿐만 아니다. 악수를 할 때 내미는 손은 자신의 감정과 함께 신뢰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하다. 손이 아름답고 건강할 때 그만큼 자신감도 커지게 된다.

손은 우리 몸에서 가장 익숙한 신체기관이어서 그런지 일상생활에서 손의 중요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매일 보게 되는 손은 건강과 미적 차원에서 거의 무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손의 기준은 무엇일까.

먼저 손가락을 굽히고 펴는 움직임과 손목의 회전운동이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야 한다.

손 관절이 뻑뻑하거나 관절이 굳고 통증이 생기면 일상생활이나 노동활동에 불편을 겪게 된다. 손 관절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또 손목, 손가락 관절, 손의 피부에 염증이나 부종이 없어야 한다. 염증과 부종은 생체 조직이 손상을 입었을 때 일어나는 증상으로 손이나 신체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손은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느낌을 주며 굳은살이 없이 부드러워야 한다. 손이 갑자기 차가우면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손가락 길이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어느 한 손가락이 지나치게 짧거나 휘어 있으면 손 기능에 불편이 생긴다.

선승훈 힘찬병원 수부클리닉 과장은 “하루 종일 컴퓨터 작업을 하고 손을 사용해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손 관련 질환도 늘고 있다”라면서 “손가락과 손목 관절이 굳거나 뻣뻣하고 부어오르며 변형이 생기면 질환이 있다는 신호이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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