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이용해 리튬전지 성능 높여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MIT 한국인 연구팀 개발… 에너지 효율 10배 향상 기대

생물체인 바이러스를 이용해 리튬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이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재료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윤정 씨(35)와 이현정 씨(33)를 포함한 이 대학 연구팀은 “M13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현재 개발되고 있는 리튬2차전지보다 같은 시간에 10배 정도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전기자동차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의 결과는 ‘사이언스’ 3일자에 실렸다.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리튬이온전지(배터리)는 양극(+)에 쓰이는 재료인 리튬 코발트 옥시드가 산소와 반응하면 폭발할 수 있어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에 더 안전한 인산화철을 양극 재료로 사용해 리튬2차전지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인산화철은 전자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전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낮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M13 바이러스 표면이 음극(―) 성질을 띠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다. 여기에 철과 인산 이온을 반응시켜 양극재료인 인산화철을 합성한 다음 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로 작게 만들었다. 이윤정 씨는 “전자가 움직이는 거리를 짧게 만든 것”이라며 “인산화철에서 빠져나온 전자가 더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인산화철에 탄소나노튜브를 이어 붙였다”고 설명했다. 크기가 약 14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인 M13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떠다니며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이윤정 씨는 “600도 이상의 고온과 발암물질인 톨루엔을 이용해 만드는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바이러스 전지는 화학물질 없이도 상온에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2006년 이 연구팀은 M13 바이러스로 리튬2차전지의 음극 재료인 코발트산화물을 만들어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연구로 음극뿐 아니라 양극도 M13 바이러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바이러스 전지 실용화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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