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SMS가 응급실의 기적 만들죠”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즉시 호출 시스템’ 도입 병원, 뇌중풍 대처시간 절반으로 단축

‘환자 발생’ 입력 실시간 전파… 의료진 바로 모여

평소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아온 이영환 씨(가명·55·경기 안양시 평촌동). 18일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쓰러져 30분 만에 구급차로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실 도착시간은 오후 7시 50분. 이 씨의 한쪽 몸이 마비된 것을 확인한 응급실 간호사는 5분 뒤인 7시 55분 바로 “HIS(초급성기 뇌중풍) 환자입니다”라고 소리치면서 컴퓨터의 전자처방전달시스템에 환자 이름을 입력했다. 동시에 ‘초급성기 뇌중풍(뇌졸중) 환자’를 클릭했다.

환자가 컴퓨터에 등록되는 순간 뇌중풍 전문 치료팀인 신경과, 영상의학과, 응급검사실, CT/MRI검사실 의료진 30여 명에게 ‘초급성기 뇌중풍 환자 이영환 씨가 응급실에 들어왔습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실시간으로 통보됐다. 7시 58분. 문자메시지로 이 씨의 상황을 확인한 CT검사실에서는 검사 예약을 이 씨에게 최우선으로 돌렸다. 8시 15분 이 씨의 응급 CT검사가 시작됐다. 병동에서 대기 중이던 뇌중풍 전문치료팀의 유경호 신경과 교수의 휴대전화에 “CT검사가 끝났습니다” “혈액 검사가 끝났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바로바로 떴다. CT검사실로 내려와 각종 검사결과를 종합한 유 교수는 뇌경색으로 진단했다. 그때가 8시 20분. 그리고 10분 뒤 유 교수는 뇌혈관이 막혔을 때 뚫는 혈전용해제를 투여했다. 8시 30분. 응급조치는 이 씨가 응급실에 도착한 지 40분 만에 이뤄졌다. 신체마비와 언어장애가 있던 이 씨는 순조롭게 치료를 마치고 25일 퇴원했다.

이 씨처럼 갑자기 찾아오는 뇌중풍은 신속한 응급조치가 최대 관건. 응급조치가 늦어지면 뇌혈관이 파열되거나 막혀 장애가 생기거나 사망할 수 있다. 특히 뇌경색은 발병 후 3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후유증이 거의 남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 병원에서는 CT검사와 의사 호출에 시간을 빼앗겨 제때 혈전용해제를 투여하지 못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능을 병원 내 전자처방전달시스템에 접목해 이 씨의 치료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병원은 한림대성심병원 뇌졸중센터. 이 센터는 25일 ‘2009년 국제 한림뇌졸중 심포지엄’을 통해 문자메시지 기능을 활용한 시스템을 사용하기 전과 후 환자의 검사 대기시간과 치료제 투여시간을 조사한 결과 기존보다 절반 이상 단축시켰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응급실에 내원한 뇌중풍 환자 400명에게 이 시스템을 적용시킨 결과 뇌신경 영상검사(CT, MRI) 대기시간을 시스템 운영 전 54분에서 15분 이내로 단축시켰다. 뇌경색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기까지 걸린 시간도 81분에서 45분 이내로 줄어들었다.

미국 뇌중풍학회에서 권고하는 뇌신경 영상검사까지의 대기시간은 25분 이내, 혈전용해제 투여까지는 60분 이내. 그보다도 더 짧아진 것이다.

한림대성심병원 뇌졸중센터는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 뇌중풍 평가에서 초기진단, 초기치료, 2차예방, 환자관리 등 9개 분야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았다.

현재 국내에서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을 사용하는 병원 중 문자메시지 기능을 활용하는 병원은 한림대성심병원 외에 세브란스병원, 일산백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동아대병원이 있다. 이들 중 일부 병원은 조만간 서로 데이터를 공유해 환자 진료시간을 얼마나 단축시켰는지를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평촌=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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