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년, 물 없는 나라 대한민국

  • 입력 2009년 3월 18일 11시 43분


-주간동아 678호 커버스토리

2045년 3월 경북 의성군 OO마을. 잔뜩 메마른 나무들과 잡풀 사이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폐가가 군데군데 있다. 잔바람에도 쉽게 흙먼지가 인다. 한때 90여 가구가 모여 살던 이곳은 몇 년 전부터 폐촌으로 변해버렸다. 몇 년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극심한 가뭄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마을을 떠난 것이다. 의성지역 주민 수는 매년 급감하는 추세다. 인근 상주와 안동지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수도 시설이 잘 갖춰진 중소 도시들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 전년보다 가뭄기간이 길어지면서 안동댐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식수가 떨어진 지는 오래.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도 부족해 농사는 물론 공장까지 멈춰야 할 판이다. 유량이 줄어들면서 악취가 진동하는 낙동강 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정부의 수자원 전망과 전문가들의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평가 예측을 토대로 만들어본 미래의 가뭄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이 시나리오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지만, 우리나라가 수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책을 세우느냐에 따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국토해양부가 2006년 수정 발표한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물 부족국가가 된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3억4000만t, 지역별 부족분을 종합하면 8억t 가까운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에는 더욱 악화돼 전국적으로 5억t, 지역별로는 9억7500t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환경부와 환경 및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적 물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립기상연구소가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 4차 평가보고서 작성을 위해 2007년 제공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30년(1971~2000)간 기후변화를 살펴볼 때 21세기 말까지 평균기온이 4℃ 상승하고, 강수량도 1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세종대 배덕효 교수(토목환경공학)는 ‘기후변화 영향평가 결과 및 분석’을 통해 좀더 세밀한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2015S(2001~2030년) 기간에는 1℃, 2045S(2031~2060년)에는 2.8℃, 2075S(2061~2090년)에는 4.5℃ 정도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은 중부지방 이북으로는 증가하는 반면 남부지방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강수량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간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만큼 우리나라 전역이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취약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중부대 이주헌 교수(토목공학)는 앞으로 가뭄 피해가 극심할 지역으로 낙동강과 영산강, 섬진강 권역인 경남·북과 전남·북 지역을 꼽으면서 “이들 지역은 지금도 매년 가뭄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1973년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심각한 이번 겨울가뭄의 피해 지역은 경남·북과 전남·북, 강원 남부지역에 집중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 수자원 관리는 관련 부처 및 산하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에 얽히고설켜 있다.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해양부, 농업용수는 농림수산식품부, 수돗물은 지자체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들 각 기관이 개별적인 수자원 정책을 세우면서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의 현주소다. 물 관리가 일원화되지 못했기 때문. 물 관리 일원화 문제는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검토된 사안이다. 현 정부 들어서면서도 다시 검토됐지만,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최악의 가뭄 시나리오는 한발 한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주간동아’ 678호(대특집 커버스토리 혁신호 3탄)는 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수자원관리의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찾았다. △한국물환경학회가 실시한 ‘물 환경에 대한 국민 인지도 조사’ 결과 △국토면적당 댐 밀도 세계1위인 우리나라의 댐 관리 실태 △평균가동률 4%에 불과한 양수발전댐의 현주소 △식수원 비상 걸린 댐 수질 문제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수도 한국수자원공사 위탁운영 찬반논란 △세계은행 상수도 민영화 보고서 △물에서 희망찾기 4대 프로젝트(해수담수화, 빗물도시, 강변여과수, 해양심층수) △山神도 마시는 전국 명품약수 30곳 △자연이 준 생명수 ‘고로쇠’의 비밀 △더욱 뜨거워진 먹는샘물 전쟁 현장 △마시면서도 몰랐던 ‘정수의 기술’ △해양심층수와 온천수, 빙하수 등으로 만든 화장품과 두부, 소주, 설렁탕, 막걸리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678호(3월24일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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