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의 만남… 해가 지지 않는 ‘조선 한국’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7분


■ 기술융합 모범사례 울산 현대重 르포

센서-무선 네트워크 등 활용

사무실에서 작업 현장 환경 제어

항해선박 地上체크 시스템도 추진

“혁신으로 中추격 따돌릴 것”

4일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의 조선 작업장.

배를 만드는 독(dock)에 다가가자 ‘치지직’ 하는 용접 소리와 육중한 쇳덩어리의 마찰음이 들렸다. 10개의 독 주위로 대형 크레인들이 움직였고 각종 자재를 나르는 차량들이 쉼 없이 돌아다녔다.

겉보기엔 1년 365일 같은 모습, 같은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하지만 정영수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 차장은 “요즘 정보기술(IT)이 조선 작업장의 모습을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도 올해 1월 ‘IT융합시스템’을 17개 신(新)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으면서 “IT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조선, 자동차 등 산업과 융합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거대한 통신센터로 바뀌는 작업장

서영철 현대중공업 조선안전팀 기장은 5년 전만 해도 보온 도시락 크기의 휴대용 측정기를 들고 작업장 곳곳을 돌아다녔다. 작업 중 화재나 질식사를 막기 위해 산소량이나 습도 등을 일일이 체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부터 실시된 유세이프티(u-Safety) 프로젝트가 그의 일상을 바꿨다. 그는 기자를 제1 건조독에서 약 70% 공정을 마친 액화석유가스(LPG) 선(船)으로 데려갔다. 선상(船上) 한 곳에 검은색 라디오를 닮은 무선 네트워크 기기가 있었고, 배 내부의 LPG 탱크마다 6개의 센서가 붙어 있었다.

센서들은 산소량, 온도, 조도, 습도, 연기, 불꽃 등을 24시간 감지해 무선 네트워크 기기로 정보를 보냈다. 무선 기기는 모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전관제실로 전송했다.

서 기장은 “이제 안전관제실의 컴퓨터 모니터만 보면 작업장 환경을 한눈에 알 수 있다”며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을 경우는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작업장의 무선통신 효율을 높이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590만 m²(약 179만 평)의 작업장에는 2000여 개의 블록(선박을 나눈 부분품)이 하루 평균 500번 정도 이동한다. 작업장에 펼쳐진 각종 기자재만 10만 t 정도다.

물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려면 각종 자재의 정확한 위치 파악과 실시간 무선통신이 필수다. 하지만 철 구조물이 많다 보니 자주 무선통신이 끊어지고 명확하지 않았다.

정영수 차장은 “지난해 3월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와이브로를 작업장에 적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올해 8월이면 작업장은 거대한 통신센터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 IT는 작업 돕는 도구? 혁신을 가져다 주는 도구!

현대중공업과 ETRI는 혁신적인 실험도 하고 있다. 이름 하여 ‘SAN(Ship Area Network)’이다.

현재 대형 선박이 원해(遠海)로 나가면 위성을 통해 육지와 간단한 통신만 할 수 있었다. ETRI는 선박 내부의 각종 정보를 종합해 육지에서도 받아볼 수 있게끔 네트워크 작업을 하고 있다.

SAN이 완성되면 조선 기술자들이 육지에서 근무하면서 배의 상태를 점검하고 조언을 줄 수 있다. 선주(船主)들도 주문한 배의 건조 상황을 24시간 파악할 수 있다.

황시영 현대중공업 전무는 “10년 전만 해도 조선 근로자들은 IT를 ‘작업을 도와주는 도구’ 정도로 인식했지만 요즘은 ‘혁신을 가져다주는 도구’로 인식한다”며 “중국이 조선 분야에서 매우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IT를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중국과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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