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연구 시작은 창대했으나…”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 美정부 재정지원 공식 발표… 한국은 어디쯤?

‘논문조작 쇼크’뒤 주춤… 논문발표 세계 5위

2007년 美 1조-英 1390억원 투자… 특허 독식

생명윤리심의위 ‘연구재개 여부’ 내달 결정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지원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각국의 배아줄기세포 개발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일찍 뛰어들었지만 ‘황우석 사태’를 겪으며 침체된 한국과 달리 미국과 일본은 정부 지원의 날개를 달고 질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차단했지만, 주정부 차원에서는 꾸준히 연구 지원을 해왔다. 2007년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만 연간 3000억 원을 투자해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했다. 국가적으로 1조 원이 넘는 돈을 줄기세포 연구에 쏟아 부은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도 2007년에 1390억 원을 투자했다. 미국과 영국은 고급 원천기술 특허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있다. 일본은 역분화 유도줄기세포 연구에 지난해 400여억 원을 집중 투자했다.

한국은 달랐다. 지난달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재개를 승인해 달라는 차바이오텍의 요청이 보류됐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4시간여의 마라톤 회의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과도한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목을 바꾸고 △난자 공여자들에게 재동의를 받고 △1000개로 제시한 연구용 난자 수를 줄이고 △차병원 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에 외부 윤리전문가를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차병원의 체세포복제 연구진은 위원회의 요청사항을 반영한 수정안을 11일 병원 내 IRB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형민 차바이오텍 대표는 “위원회에 수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연구용 난자 수에 대해선 한 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난자 수, 즉 대략 300개로 수정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생명과학계 등에 따르면 생명윤리위원회는 차병원의 연구 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심의 때 보류된 것은 최대한 신중하자는 차원에서 몇 가지를 보완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재심의 때는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4월 중 전체회의를 소집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술개발 투자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오일환 가톨릭대 기능성세포치료단장은 “줄기세포 연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좀 더 집중적이고 전향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있다. 연구가 중단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에서는 일부 진척을 보이고 있다. 2007년 말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주는 59개 정도.

줄기세포 분야 전문 국제학술지인 ‘셀스템셀(2007년 1월호)’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의 배아줄기세포 관련 논문 발표 건수는 미국 이스라엘 영국 싱가포르에 이어 5위를 점했다. 성체줄기세포를 포함하면 14위 정도다.

특히 기초연구에 좀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 추세는 기초연구로의 회귀”라며 “임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초연구 기반을 다지지 않으면 상용화는 더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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