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같아도 겉은 다르게…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디지털기기 액세서리 매출 껑충… 보호기능 넘어 ‘패션’으로

“18만 원 받고 5만 원 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내 디지털 기기 전문 복합매장 ‘픽스딕스’.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 4세대를 사러 온 김형준 씨(30)가 오자마자 들른 곳은 바로 패션 액세서리 코너였다. 가죽 케이스부터 실리콘 케이스, 액정 보호용 필름, 파우치 등 김 씨는 이곳에서 액세서리만 5만 원어치를 구입했다.

현재 픽스딕스에 들어와 있는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는 총 100여 개. 이 중 ‘아이팟’ 액세서리만 21개 브랜드가 있다. 지난해 픽스딕스 내 패션 액세서리 매출은 전체의 20%로 MP3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패션 액세서리의 시장성을 본 LG상사는 지난달 ‘이미지 하우스’라는 디지털 기기 액세서리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 액세서리 대전(大戰)? 유행대전!

액세서리가 없어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형형색색, 튀는 액세서리는 이제 ‘부속물’이 아니다. 자신의 개성을 연출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이 늘면서 액세서리는 보호의 기능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다.

MP3플레이어, 노트북 케이스를 만드는 미국계 기업 ‘벨킨’은 다음 달 아크릴 소재 투명 케이스 등 2009년 액세서리 신상품 공개를 앞두고 있다. 패션 브랜드처럼 봄여름, 가을겨울 등 1년에 두 차례 신제품 공개를 하는 이 업체는 액세서리 디자이너만 100명에 이른다. 이들이 한 해 동안 만드는 액세서리는 약 150개. 최신 액세서리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파리, 밀라노, 뉴욕 등 3대 패션쇼를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에 나온 ‘음침한’ 컬러 액세서리나 친환경 케이스 ‘베지터블 리태닝’ 등도 패션쇼를 통해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들.

매출 성장도 가파르다. 벨킨의 한국지사인 ‘한국벨킨’은 2006년 10억 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말 10배 가까이 늘었다.

‘아이리버’로 대표되는 레인콤은 3년 전 패션 액세서리 전문 디자이너 팀을 만들었다. 전자사전, MP3플레이어, PMP 등의 제품에 필요한 11가지 패션 액세서리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 셈.

레인콤 디자인팀 김도원 디자이너는 “신촌, 홍대, 압구정동 등에 나가 젊은이들의 스트리트 패션을 디자인에 참고한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는 개성, 제조업체는 ‘윈윈’

구찌, 루이비통,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도 자신들의 로고를 박은 디지털 기기 액세서리 제작에 발 벗고 나섰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 20만∼30만 원대로 기기보다 더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

현재 국내 패션 액세서리 제조업체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인터넷 쇼핑몰 ‘G마켓’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한 달간 온라인 내 디지털 기기 케이스 판매 상품 수는 2만9400건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패션 액세서리 업체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코원’ 마케팅부 원정민 주임은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나오면 액세서리 제조업체들은 경쟁하듯 앞 다투어 제품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7년부터 애니콜 휴대전화기, MP3플레이어 등의 제품 액세서리에 대해 자체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업체는 20여 곳.

액세서리 ‘대전’에 디지털 기기 제조업체들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흰색 은색 검은색 등 무채색 위주인 디지털 기기에 형형색색의 액세서리를 입히는 것이 10, 20대에게 보편화됐다”며 “디지털 기기와 액세서리 제조업체는 서로 ‘윈윈’ 관계”라고 말했다.

이혁준 한국벨킨 사장도 “패션 액세서리 판매가 늘수록 제품에 대한 충성심도 커져 이른바 ‘록인 효과(Lock-in·기존 사용자 이탈 방지 효과)’도 나타난다”고 전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