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잎보다 잔뿌리 많은 게 좋아요”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실내공기 정화에 어떤 식물이 좋을까

‘숨쉬는 우리집’ 만들기 이렇게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들어선 42층짜리 삼성타운.

실내 곳곳에 놓인 푸른 식물이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 건물에는 1000그루가 넘는 식물이 살고 있다.

실내 공기도 맑게 하고 냄새도 없애기 위해 집 안에 식물을 두곤 한다.

특히 새집증후군을 없애기 위해 식물을 많이 기른다. 꽃집에 들른 사람들은 대개 잎이 커다란 식물을 고른다.

잎이 클수록 나쁜 공기를 잘 빨아들일 거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밤낮으로 봄의 신선함을 느끼고 싶다면 큰 잎보다 잔뿌리가 많은 식물을 곁에 두라고 조언한다.

미국의 인터넷 과학뉴스인 ‘사이언스데일리’는 지난달 농촌진흥청 김광진 박사팀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실내 공기를 맑게 하는 식물의 힘은 뿌리에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말 ‘미국원예학회지’에도 발표됐다.》

○ 유해물질 제거율, 밤에는 뿌리가 96% 차지

연구팀은 식물에서 잎과 줄기가 있는 지상 부위와 뿌리 부위를 나눠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낮에는 지상과 뿌리 부위의 유해물질 제거 비율이 52%와 48%로 비슷했다. 하지만 밤에는 뿌리가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비율이 9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상 부위는 빛이 없는 밤에 거의 작동하지 않지만 뿌리 부위는 밤에도 꾸준히 공기를 정화한다는 것이다. 24시간 동안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양도 뿌리가 2배에 달했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잎의 작은 구멍(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함께 유해물질을 흡수한다. 하지만 빛이 약한 실내에선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고 밤에는 구멍마저 막힌다.

그러나 뿌리 주변에는 공기 속 유해물질을 먹이로 삼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 미생물은 유해물질을 분해해 식물에 전해주고 식물은 미생물이 만들지 못하는 양분을 제공하며 공생한다. 덕분에 밤낮으로 뿌리 주위에서 유해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뿌리 부위로 전달되는 유해물질의 양을 늘리려면 화분 표면에 모래보다 살아 있는 이끼를 까는 것이 좋다. 이끼를 깐 화분이 모래를 깐 것보다 유해물질을 26%나 더 제거하기 때문이다. 모래를 깔더라도 굵은 것을 깔아야 유해물질이 뿌리 근처 미생물까지 잘 전달된다.

김 박사는 “잔뿌리가 많은 식물은 미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유해물질을 잘 제거한다”며 “아레카야자나 관음죽, 자생식물인 팔손이나무 등은 잔뿌리가 많고 잎도 크고 많아 공기 정화 식물로 적당하다”고 말했다.

○ 냄새 제거 관음죽, 오존은 스파티필룸 제격

그렇다면 집에 얼마나 많은 식물을 놓아야 공기가 충분히 신선해질까.

김 박사는 “3.3m²(1평)당 식물 1개 정도면 공기 정화 효과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실내 포름알데히드 농도를 국제보건기구(WHO) 기준치(0.08ppm) 아래로 낮추려면 식물이 실내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를 넘어야 한다. 일반 거실 크기인 20m²에는 1m가 넘는 식물은 3.6개, 그보다 작은 것은 7.2개 정도가 적당하다.

한 종류의 식물보다는 다양한 식물을 함께 키우면 더욱 효과적이다. 식물에 따라 잘 제거하는 유해물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제거엔 스킨답서스가, 화장실 퀴퀴한 냄새의 주범인 암모니아에는 관음죽이 제격이다. 레이저프린터나 팩시밀리같이 높은 전압을 사용하는 기기에서 나오는 오존은 스파티필룸이 잘 제거한다.

볕이 잘 드는 베란다나 거실에는 전반적인 유해물질 제거 능력이 좋은 팔손이나무가, 볕이 적게 든다면 아레카야자가 좋다. 침실에는 선인장이나 너도제비난이 적당하다. 이들은 낮에 빛을 흡수한 뒤 밤에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내놓기 때문이다.

○ 3.3㎡당 화분 1개면 정화 효과 충분

공기청정기를 살까, 식물을 많이 키울까. 공기청정기가 간편하고 기능도 뛰어나지만 푸른 자연을 느낄 수 없는 게 단점이다. 건국대 환경과학과 손기철 교수는 최근 식물로 공기청정기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송풍기로 안에 있는 식물에 공기를 불어넣고 식물이 만든 상쾌한 공기는 다시 바깥으로 내뿜는 장치다. 식물은 공기청정기보다 정화량이 적고 공기 순환이 느린데 이런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화분에는 흙 대신 물기를 잘 머금는 지름 1cm 크기의 ‘하이드로볼’을 채웠다. 연구팀은 이 장치가 유해물질로 가득한 방을 30분 만에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공기청정기의 기능뿐 아니라 가습기 효과도 내고 관상용으로도 좋다”며 “벽면에 설치하면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