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질 분석해 방사선 쬔 식품 찾는다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물리적 검사법 보완 위해 생물학-화학적 방법 동원도

일부 이유식 제품이 방사선을 쪼인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에 방사선을 쬐인다 해도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방사선 조사(照射)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광물질을 분석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가장 많이 쓰인다.

곡류와 채소 같은 농산물이나 임산물에는 규소나 석영 등의 광물질이 묻어 있다. 흙 속에 광물질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광물질은 외부에서 에너지가 들어오면 붙잡아 뒀다가 열을 가하면 다시 방출한다. 바로 이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감자에 방사선을 쬐이면 감자에 묻은 광물질에 방사선 에너지가 전달된다. 이 광물질을 기계에 넣고 온도를 올려주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측정하면 감자가 방사선을 얼마나 받았는지 추적할 수 있다. 이유식도 분말을 물에 녹여 가라앉은 광물질을 분리해 이 같은 방법으로 분석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반드시 광물질이 있어야 쓸 수 있다. 감자를 씻어 껍질을 까면 방사선 조사 여부를 알 수 없다.

견과류나 과일, 사골 같은 식품은 방사선을 쬐이면 섬유소와 당, 뼈의 구성 성분이 에너지가 높은 상태(자유라디칼)로 바뀐다. 이때 나오는 전자기신호를 측정해 방사선 조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섬유소나 당, 뼈의 양이 적으면 불가능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 이주운 박사는 “이들 물리적 방법은 방사선 조사 여부의 판단 기준이나 실험방법 등에 아직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예를 들어 광물질이 내는 에너지나 자유라디칼의 전자기신호가 사람이나 기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리적 검사법을 보완하기 위해 생물학적, 화학적 방법도 동원한다. 식품에 방사선을 쬐이면 보통 유전자가 잘리거나 부서진다. 육류에 방사선을 쬐이면 지방이 분해되면서 특정 화학물질이 생긴다. 이런 화학물질이나 손상된 유전자를 찾아내면 방사선 조사 여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육류를 얼렸다 녹여도 유전자가 손상되고 방사선을 냉동과 냉장, 실온 상태에서 쬐일 때 각각 다른 화학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방사선 조사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기술이나 과학적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식품업계나 검사기관, 소비자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검사법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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