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진통제, 모르고 먹는 소비자가 봉?

  • 입력 2009년 2월 9일 02시 59분


IPA성분 부작용 누가 책임지나?

진통제 성분 ‘이부프로펜’ 소염작용 뛰어나고 생리통에 효과적… 적은 양으로 빠른 효과

몸에 좋다는 약이 사실은 독인 경우가 있다.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설피린, 로페콕시브는 실제로 심각한 부작용으로 국내 판매가 금지된 약 성분들이다.



페닐프로판올아민은 다이어트용 식욕억제제나 코 막힘 완화용 감기약으로 주로 쓰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 성분이 출혈성 뇌중풍(뇌졸중)의 발병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2000년부터 판매가 금지됐다. 국내에서는 2004년부터 사용이 중지됐다.

설피린은 해열제와 진통제에 들어가던 약 성분으로 효능 지속시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백혈구를 손상시키고 쇼크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미국에서는 1970년대, 국내에서는 2004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로페콕시브는 진통소염제인 바이옥스의 한 성분으로 속 쓰림을 줄이고 위궤양 등 부작용을 감소시킨다. 1년 이상 복용해도 위에 무리가 없고 하루에 한 알만 먹어도 약효가 지속된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바이옥스를 복용한 이들 중 2만7000여 명이 심장질환을 일으킨 뒤 2004년부터 판매가 금지됐다. 이후 국내에서도 허가가 취소되고 자진회수가 진행 중이다.

최근 이러한 유해성분이 또 하나 발표됐다. 바로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이다.

○ 진통제 먹고 혼수상태까지?

IPA는 진통제 해열제 등에 주로 사용되는 성분이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40여 개 제품에 들어 있다. 일부 제품은 인지도가 높고 소비량이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IPA의 유해성 논란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가 ‘의약품 적색경보 6호’를 통해 IPA 성분의 위험성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IPA는 복용했을 때 빈혈 등 혈액질환과 함께 기면, 혼수, 경련 등의 의식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현재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는 판매가 금지됐다. 유엔이 위험성이 높은 약물들을 모아 2005년 정리·발표한 보고서(Consolidated List of Products)에도 올라 있다.

○ 식약청, 안전성 논란 속 결론 못 내려

문제는 IPA 성분이 들어간 약품들이 국내에서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라는 점이다.

진통제는 두통, 생리통, 치통과 같은 일시적 통증에 자주 복용하는 약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의약품을 허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해당 제품이 IPA 성분 뿐 아니라 무수카페인 등이 포함된 복합제재라는 사실 때문이다.

IPA 성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식약청은 지난달 19일 약품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최종 판단은 유보됐다. 추가적인 외국 사례와 문헌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 진통제, 알고 고르자

안전성이 의심스럽다면 소비자들 스스로 약품을 선택하고 복용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현재 국내 유통 중인 것들 중 IPA를 대체할 수 있는 진통제 성분으로는 타이레놀의 ‘아세트아미노펜’과 이지엔6의 ‘이부프로펜’이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두통 진통제 성분으로는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진통 효과가 빠르고 성인의 경우 하루 4g까지 복용이 가능하다. 반면 체질에 맞지 않거나 장기간 복용하면 구역질과 구토, 설사 등을 일으키는 간독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간 질환이 있거나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복용을 피해야 한다.

한편 이부프로펜은 체내 통증 유발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G)을 만드는 효소 콕스(COX)의 활동을 억제해 통증을 없애는 성분. 아세트아미노펜에 비해 염증을 없애는 소염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대 연구팀은 ‘미국 산부인과저널’에 자궁의 강한 수축으로 인한 생리통에는 소염 작용이 뛰어난 이부프로펜 성분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레르기 반응에는 민감할 수 있으므로 기관지가 약하거나 천식 등의 질병을 가진 사람은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는 이부프로펜 제제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2007년 미국의 일반의약품 매출 현황에 따르면 이부프로펜 진통제가 타이레놀보다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유통되는 이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제로는 대웅제약의 이지엔6가 대표적.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지엔6는 IPA나 카페인 성분을 넣지 않고도 빠른 진통, 해열 효과가 있어 기존 진통제의 대안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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