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합병인가 접수… 막오른 통신대전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KT “서비스 경쟁해 요금 인하”

LGT - KTF “유무선통신 독점할 우려”

“차세대 통신망 투자 조건으로 합병 허용될 듯”

국내 최대 통신기업인 KT가 “시장 칸막이를 없애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며 자회사인 KTF와의 합병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경쟁업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합병을 강행하려는 KT와 이를 막으려는 반(反)KT 진영이 합병 여부를 둘러싸고 사활을 건 격돌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합병을 인가할 방송통신위원회의 당국자는 “민간 기업의 합병 결정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혀 합병 여부보다는 합병 인가 조건의 내용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과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 등 SK그룹 통신 계열사 경영진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신은 물론 방송시장까지 독점적 지배력을 미칠 KT-KTF 합병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그룹 통신 계열사들과 케이블TV 방송업체들도 “KT의 지배력 강화가 시장경쟁을 훼손할 것”이라며 일제히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 합병 놓고 찬반 설전

KT-KTF 합병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KT와 SK텔레콤이 20, 21일 잇따라 제시한 논리와 시각은 정반대다.

이석채 KT 사장은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의 유무선 통합 통신망이 구축돼 이를 기반으로 한 장비, 서비스 분야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KT가 유선 사업의 손해를 무선 사업에서 회복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보조금 경쟁 촉발 등이 일어날 뿐 산업 발전과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KT는 “과거와는 시장의 여건이 바뀐 만큼 통신시장의 칸막이를 없애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KT가 전체 가입자의 51.3%, 매출액의 46.4%를 독식하고 통신 필수 설비도 독점하는 만큼 통신시장 경쟁이 심각하게 제한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KT는 유선과 무선 통신업체를 합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한 반면 SK텔레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선 1위 업체가 이동통신 사업을 직접 하기보다는 자회사로 가진 나라가 더 많다고 주장해 서로 다른 시각을 보였다.

합병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KT는 “합병 법인의 비용 감축과 인터넷망 기반 통신서비스 제공으로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SK텔레콤은 “시장 독점에 의한 경쟁 감소로 요금 인하 유인이 저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합병 조건이 쟁점

방통위는 21일 KT로부터 합병인가 신청을 접수하고 합병이 통신시장 경쟁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통신업계는 방통위가 KT의 합병을 허용하되 시장경쟁을 유지하고 차세대 통신망 투자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조건을 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이 과정에서 KT의 시내 가입자망 소유 및 운영을 별도의 회사로 분리시키거나 KT의 광가입자망(FTTH)을 다른 통신업체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필수설비로 지정할지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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