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귀 먹어가는 10, 20대 ‘이어폰족’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9분


《고교 2학년인 윤정주(17) 군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생생한 음악을 즐기기 위해 볼륨을 최대한 높인다.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 보면 옆사람의 시선을 자주 느낀다. 이어폰을 끼었어도 음악 소리가 워낙 커서 옆사람도 무슨 음악을 듣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윤 군은 컴퓨터 게임을 할 때도 이어폰을 끼고 볼륨을 높인다. 이어폰을 벗고 나면 귀가 멍멍한 느낌을 받는다. 청력 이상을 호소하는 젊은 사람이 늘고 있다. “가는귀가 먹었다”거나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면서 병원을 찾는 10, 20대 젊은층 환자가 많다.》

9월 9일은 ‘귀의 날’

소음성 난청 예방 어떻게

이광선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젊은층의 난청은 대부분 시끄러운 환경에 노출돼 생기는 ‘소음성 난청’”이라며 “본인도 모르게 조용히 다가오는 질환이어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귀의 날’(9월 9일)을 맞아 청소년들에게 생기기 쉬운 소음성 난청의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약한 소음에도 난청 생길 수 있어

소음성 난청은 폭발음과 같은 큰 소리를 들었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약한 강도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돼도 생길 수 있다.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 나오는 소리의 강도는 50∼60데시벨(dB) 수준. 일반적으로 75dB 이하의 소리는 난청을 유발하지 않지만 이를 넘어가면 청력에 해롭다.

매일 8시간씩 85dB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면 청력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85dB 정도다.

MP3 플레이어 이어폰의 최대 볼륨, 시끄러운 음악 공연장, 노래방과 나이트클럽의 음악 소리, 카오디오 소음 등은 85dB 이상이다. 시끄러운 작업장에서 일하거나 시끄러운 기계를 직접 운전할 때 들리는 소리는 100dB을 넘는다. 총소리는 140dB에 해당한다.

개인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이어폰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하루 3시간 이상 들으면 귀는 120dB 이상의 소리를 듣는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는다.

○소리없이 찾아오는 난청

소음성 난청이 생기면 모든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이 아니라 높은 톤의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높은 톤의 소리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난청이 생겼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

난청이 진행되면서 소음이 있는 백화점 음식점 등에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때는 이미 난청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다. 조용한 곳에서도 대화하는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면 난청이 심각한 상태다.

소음성 난청이 생기면 처음에 귀가 ‘웅’하고 울리는 이명증이 생긴다. 소음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에서 이명증이 있다면 난청 여부를 확인한다.

소음성 난청 환자는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우울증, 인지능력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소음방지 귀마개 착용 효과

한번 손상된 청력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청소년기의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수록 난청의 정도가 심해지고 결국 일생 동안 사회생활에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어폰 볼륨을 높이고 듣는 것과 오래 듣는 것을 모두 피해야 된다. 요즘 나오는 휴대용 음악기기는 최저음역과 최고음역 조절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볼륨을 높여도 귀가 따갑거나 아픈 증상이 거의 없다. 그만큼 소음성 난청에 노출될 위험도 높다. 이어폰은 최대 볼륨의 60% 이상 높이는 것은 피한다.

전영명 소리케어 이비인후과 원장은 “소음이 예상되는 장소에서는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귓속 삽입형 소형 귀마개나 큰 헤드폰 형태의 소음방지 귀마개를 착용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 귓속형 이어폰이 7∼9dB 더 큰 소리를 전달해 주므로 귀 밖에 거는 이어폰이 더 안전하다.

김범규 한강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음에 노출되면 청각을 담당하는 세포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1, 2일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환경을 피하며 귀를 쉬게 해줘야 한다”며 “계속해서 소음에 노출되면 회복할 수 없는 손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귀가 멍멍하거나 울리는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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