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완]‘사이버 모욕죄’ 입법 적극 검토를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6분


최근 법무부가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방침을 발표하자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방침에 어떤 정치적 저의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 반대의견 형성에 큰 작용을 했다고 여겨진다. 필자는 전부터 사이버 폭력의 감소를 위해 ‘인터넷 현명제’(글을 올릴 때 이름을 표시) 실시,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 강화, 피해자의 권리구제 강화, 사이버 모욕죄 입법을 주장해 왔다.

국내 인터넷 이용 인구는 현재 3500만 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76%를 넘는 수치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이미 상당부분 사이버 공간으로 대체됐다. 인터넷의 다양한 순기능은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한 유비쿼터스 사회로 이끌어갈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 공간은 순기능뿐 아니라 많은 역기능을 제공한다. 역기능 해소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는 없겠지만 의사소통을 인터넷의 중요 기능이라고 볼 때 의견 제시가 아닌 욕설 등 모욕 행위로 일관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 치명적 피해를 주는 악성댓글(악플) 등 사이버 폭력행위의 해결은 매우 시급하다.

사이버 모욕 행위가 일부에서 행해지고 무분별한 동조 행위가 덩달아 이어져 전체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저질 사이버 폭력의 방지는 정말로 시급하다. 현대판 마녀사냥식 인권침해 행위를 허용하자는 의견이 아니라면 말이다.

형법은 1953년 입법될 때부터 모욕죄를 범죄로 규정했다. 특히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는데 이런 모욕죄의 부당성이나 불필요성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모욕 행위는 어떨까? 현실공간에서 소수 앞에서의 모욕 행위가 범죄인 마당에 절대 다수의 사람, 아니 인터넷 이용자 전체에 공개되는 모욕 행위인 사이버 모욕 행위가 범죄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이버 모욕 행위를 기존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현실공간에서의 범죄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범죄는 무대가 다르다. 많은 사람이 사이버 공간을 범죄 수단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죄형법정주의라는 형법 사상을 대전제로 할 때 좀 더 세밀한 규정이 필요하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게임 아이템 등 절도 행위를 형법상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는 이유와 비슷하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 제1항에 규정된 언론출판의 자유 중 하나이다. 그런데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즉 언론출판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수호해야 하지만, 그를 이유로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또 하나의 헌법상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악플’ 등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에게 이유 없이 또는 감정적으로 심하게 욕설을 가하는 모욕 행위는 심한 경우 피해자에게 자살을 생각하게 하고 실행에 옮기게 하는 등 치명적 부작용을 부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인터넷 이용자의 도덕에 맡겨 자율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라기에는 이미 때늦은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터넷 현명제의 실시로도 사이버 모욕 행위를 상당히 예방할 수 있지만 사이버 모욕죄 신설도 해결책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이버 모욕죄는 형법상 모욕죄나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추가할 수도 있고 아예 규정을 신설할 수도 있다. 다만 오해를 부르지 않도록 구체적인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 친고죄 적용, 가중처벌 여부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검토도 필요하다.

정완 경희대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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