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협박글 ‘포털 법적 책임’ 물을 수도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법원 이어 공정위도 불법행위 책임 폭넓게 해석

검찰 “악의적 방치땐 소리바다처럼 기소 가능”

웹 포털의 불공정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내린 시정 조치는 ‘누리꾼의 불법 행위에 대해 앞으로는 포털도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압축된다.

따라서 최근 일부 세력이 인터넷을 매개로 메이저 신문사의 광고주들을 협박하고 업무를 방해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포털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공정위 조치도 같은 취지로 이 같은 일련의 판단이 광고주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

법조계에서도 최근 악성 댓글 등 사이버 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포털의 책임을 더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광고주 협박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광고주에게 협박 전화 등을 한 누리꾼 20여 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일부를 소환하는 등 이들의 영업방해 행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수사 도중에 피해 업체들의 고소도 이어졌다.

법원은 일관되게 포털 게시물로 인해 명예훼손 등 피해 확산이 충분히 예상된다면 피해자의 요청이 있기 전이라도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조용구)는 2일 A 씨가 “포털사이트에 여자친구의 자살과 관련한 글과 기사가 게재돼 하루에 수천 건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며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네이버) 등 4곳의 포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개 사는 A 씨에게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요청이 없더라도 (포털사이트가) 불법 게시물의 존재를 안 이상 이를 삭제하거나 검색을 차단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01년 대법원은 함모 씨가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5개월간 방치했다는 이유로 통신업체 하이텔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비방 글이 게재된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삭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이미 개인간 공유(P2P) 사이트를 통해 고객들이 음악 파일을 불법 다운로드하는 것을 방치한 혐의(방조)로 ‘소리바다’를 기소해 유죄판결을 받아냈다”면서 “범죄 혐의가 있는 글을 포털이 알고도 방치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 및 사법행위의 근거가 되는 것은 정보통신망법. 이 법 44조 1항은 ‘이용자는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켜서는 안 된다’고 돼 있으며, 2항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1항에 규정된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원 관계자는 “포털이 게시물에 대해 노출 위치를 정하고 실질적으로 일부 편집권 등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 게시물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도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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