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독감’ 백신 국내제조 길 열려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한국도 올해 안으로 몇 안 되는 선진국처럼 인체에서 인체로 감염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변형인 ‘슈퍼독감’ 백신의 제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43·사진) 교수 연구팀은 이달 초 정부에서 동물실험이 가능한 3등급 생물안전시설(BL3) 허가를 받아 슈퍼독감(인체) 백신 개발에 본격 나선다고 15일 밝혔다.

서 교수팀은 지난해 5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관리본부의 인체 감염 AI 균주 취급 허가를 받았으나 BL3 시설이 없어 백신 개발에 착수하지 못했다.

충남대 공동동물실험센터 2층에 조성된 BL3는 228m² 규모로, 동물에 대한 바이러스 실험을 위한 각종 설비를 갖췄다.

서 교수는 “국내에는 인체에 감염된 고병원성 AI 균주 취급 허가를 받은 기관이나 개인이 없기 때문에 인체 백신 개발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슈퍼독감 백신을 스스로 제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 일본 정도”라고 말했다.

서 교수팀은 첫 슈퍼독감 백신 제조를 위해 지난해 이집트에서 인체를 감염시킨 AI 균주(A/EGYPT/2321/2007)의 수입을 WHO에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

인체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는 앞으로 5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병원성 균주를 유전자변형을 통해 저병원성 균주로 만든 뒤 효능과 안정성 등을 확인하는 동물실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인체 백신을 완성한다.

서 교수는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하기 때문에 그 당시 유행하는 슈퍼독감의 원인 균주로 백신을 만들어야 효과를 볼 수 있어 미리 만들어 놓아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AI 바이러스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의 로버트 웹스터 박사 등과 홍콩 AI 바이러스가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주는 원인을 규명해 2002년 9월 이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에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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