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뇌중풍, 에어컨 요주의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일반적으로 뇌중풍(뇌졸중)은 겨울철에 발병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혈관은 날씨가 춥고 일교차가 심할 때 수축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름에도 뇌중풍이 자주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문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1996∼2007년 뇌중풍으로 진단받은 1만5394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 수는 7∼8월이 12∼1월과 비슷했다.》

김 교수는 “뇌중풍 환자 수가 12월 1383명, 1월 1282명인데 7월에도 1289명, 8월 1214명으로 나타났다”면서 “뇌중풍 발병은 계절에 따라 거의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7월이 1월보다 오히려 더 많다”고 말했다.

○ 수분이 부족하면 뇌혈류 조절 이상

뇌중풍은 계절적 특성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 봄철에 발생률이 다소 떨어질 뿐 여름 겨울 가을에 골고루 발생하는 추세다.

여름철에 더운 곳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수분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뇌혈관의 피가 잘 돌지 않는 동맥경화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수분이 부족해지면 뇌혈류량이 줄어들면서 뇌중풍을 일으키기 쉽다.

더운 곳에서 갑자기 에어컨이 작동하는 서늘한 곳으로 간다든지, 반대로 서늘한 곳에서 더운 곳으로 가는 것도 뇌중풍을 유발할 수 있다.

평소 고혈압, 당뇨병 등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뇌중풍에 특히 취약하니 조심해야 한다.

○ 급격한 체온 변동은 위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여름철 일부러 더운 곳을 찾는 ‘이열치열’ 피서법은 피하는 것이 좋다.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 혈관이 확장돼 표피로 가는 혈액량은 증가하는 반면 심장과 뇌로 가는 혈액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뇌중풍이 생길 수 있다. 혈관 팽창으로 인해 돌연사에 이를 수도 있다.

또 장시간 열탕이나 사우나에 있으면 수분이 증발되면서 혈액이 끈끈해지고 혈전이 생겨 혈류 조절이 잘되지 않는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도 피하도록 한다. 온탕에 있다가 갑자기 냉탕에 몸을 담그면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 양이 감소해 심장을 손상시키고 심근경색이 올 수 있다. 뜨거워진 몸은 천천히 식혀야 한다.

미국심장협회는 심혈관 환자와 노인들은 여름철에 물을 자주 마시고 야외 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래야 몸의 수분을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의 몸에 어느 정도 수분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화장실을 다녀온 후 몸무게를 측정하는 것이다. 만약 2kg 이상 몸무게 변화가 있다면 수분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장시간 에어컨 바람에 노출되는 것도 피하도록 한다. 에어컨으로 체온 변동이 급격하게 생기면 뇌중풍을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하가 되도록 실내온도를 설정하고 에어컨을 튼 채 자는 것은 절대로 금물이다.

음주와 흡연을 즐기고 고혈압, 당뇨병 가족력이 있으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전문의와 상의한 후 ‘아스피린 프로텍트’ 등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뇌중풍 오면 응급실로 직행해야

뇌중풍이 오면 △어둔해지고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져 움직이기가 어렵거나 △저리고 감각이 없어지는 전조 증세가 생긴다.

눈앞이 잠시 깜깜해졌다가 회복되는 등 심한 어지럼증이 반복되고, 가벼운 마비나 저린 증상이 생겼다가 없어지면 뇌중풍을 의심하고 곧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김경문 교수는 “뇌중풍이 의심되는 증상이 생겼을 때에는 즉시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며 “몸을 주무르거나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피를 내는 민간요법은 절대로 하지 말고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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