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과학자들]<7·끝>필리핀 마킬링 산 열대림 복원 연구 이돈구 서울대 교수

  • 입력 2008년 3월 28일 03시 02분


필리핀 마킬링 산의 조사지에 도착한 이돈구 교수(가운데)와 연구원들이 열대우림 속의 연구 활동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돈구 교수
필리핀 마킬링 산의 조사지에 도착한 이돈구 교수(가운데)와 연구원들이 열대우림 속의 연구 활동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돈구 교수
연구팀이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나무의 부위별 탄소 저장량을 측정하기 위해 뿌리를 통째로 캐내고 있다. 사진 제공 이돈구 교수
연구팀이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나무의 부위별 탄소 저장량을 측정하기 위해 뿌리를 통째로 캐내고 있다. 사진 제공 이돈구 교수
《“뱀도 초록색, 빨간색 가지각색이고 이구아나도 볼 수 있어요. 거머리와 진드기는 말할 것 없고, 한국 모기는 상대도 할 수 없는 지독한 필리핀 모기 천지죠.” 2001년부터 8년째 필리핀 마킬링 산에서 ‘훼손된 열대림 복원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돈구(62)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그는 1년 전 물린 자국을 보여주며 필리핀 모기의 지독함을 얘기했다. 적도 부근에 위치한 필리핀은 나무의 성장이 우리나라보다 10배는 더 빠르다. 그런데 주민에 의한 산불이나 화전 개간 등으로 숲이 크게 훼손되면서 자생하던 식물인 나왕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뱀의 습격… 열매 폭탄… 험난한 숲 살리기

○ 30분만 걸으면 거머리 달라붙어

“열대우림의 파괴는 세계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요즘은 건기에도 비가 내리는 날이 잦습니다. 한국은 유엔이 인정하는 산림녹화 선진국이죠. 여기에 동원된 과학기술을 온대지역뿐 아니라 열대와 한대지역에도 넓혀 적용할 계획이에요.”

연구팀은 숲이 크게 훼손된 뒤 방치된 곳과 나무를 심은 곳, 나무와 농작물을 함께 심은 곳을 조사지로 설정했다.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나무가 성장할수록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몸 안에 가두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마킬링 산 남사면의 건조한 지역과 북사면의 습한 지역에서 숲의 연령에 따른 이산화탄소 저감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후대별 이산화탄소의 순환 모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해발 400m와 700m에 위치한 조사지역까지 오르기 위해선 험난한 대장정이 시작된다.

출발은 필리핀대 로스바뇨스캠퍼스에서 마킬링 산 아래까지 미군의 지프를 개조한 차량을 타고 간다. 산행을 위해서는 긴소매 웃옷과 긴 바지가 필수. 또 등산화 대신 장화를 싣는다.

이 교수는 “열대지역이라 땅이 질퍽거리고 30분만 걸으면 종아리에 거머리가 달라붙는다”며 “장화는 거머리를 물리치기 위한 필수장비”라고 했다.

숲이 가두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정밀히 측정하려면 가지나 낙엽이 바닥에 떨어져 분해된 토양층도 조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토양호흡측정기’를 사용한다. 토양도 사람처럼 숨을 쉬기 때문에 호흡량을 측정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알아내는 것이다.

무게가 30kg이 넘는 토양호흡측정기를 비롯해 사다리와 삽, 곡괭이, 줄자 같은 실험 장비를 메고 2시간 넘게 걸어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밤에는 야생동물의 위협 때문에 철수해야 하므로 낮에 실험을 해야 한다. 그래서 뱀의 출몰이 잦은 지역부터는 마킬링 산을 관리하는 레인저와 짐꾼, 그리고 말 한 마리가 연구팀에 합류한다. 물론 경사가 급한 곳부터는 말은 남겨두고 다시 사람이 짐을 짊어진다.

○ “삶의 질 향상-온난화 방지에 도움”

“쿵, 쿵, 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